심약 沈約 (중국, 441~513)
작자 심약(沈約, 441∼513)은 남조 양(梁)나라의 문학가이자 사학가로, 자(字)는 휴문(休文)이며 오흥(吳興) 무강(武康, 지금의 절강성 덕청현 무강진) 사람이다. 심약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했지만 학문에 뜻을 세우고 열심히 공부하여 군서(群書)를 널리 섭렵했으며 문장에 뛰어났다. 송(宋)·제(齊)·양 3조에 걸쳐서 대대로 벼슬했는데, 송나라 때는 상서탁지랑(尙書度支郞)을 지냈고, 제나라 때는 어사중승(御使中丞)·동양 태수(東陽太守)·보국장군(輔國將軍)·오병상서(五兵尙書) 등을 역임했다. 양나라 때는 무제(武帝) 소연(蕭衍)의 창업을 도와 그 공로로 상서복야(尙書僕射)가 되고 건창 현후(建昌縣侯)에 봉해졌다가 다시 상서령(尙書令) 겸 태자소부(太子少傅)로 전임되었다. 시호는 은(隱)이다. 그는 일찍이 문학으로 이름나서 제나라 경릉왕(竟陵王) 소자량(蕭子良)의 문하에 들어가 사조(謝眺)·왕융(王融) 등과 함께 ‘경릉팔우(竟陵八友)’의 하나가 되었으며, 시가 창작에 있어서 ‘사성팔병설(四聲八病說)’을 제창하고 ‘영명체(永明體)’를 창시했다. 그의 저작으로는 ≪속설≫ 외에 ≪진서(晉書)≫·≪송서(宋書)≫·≪제기(齊記)≫·≪양무제기(梁武帝記)≫·≪이언(邇言)≫·≪송문장지(宋文章志)≫·≪사성보(四聲譜)≫ 등이 있으나, ≪송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망실되었다. 그리고 후대에 명(明)나라 사람이 모아 엮은 ≪심은후집(沈隱侯集)≫이 있다.
해설
국내 최초 번역입니다.
이 책은 번역의 원전으로 ≪노신집록고적총편(魯迅輯錄古籍叢編)≫(北京: 人民文學出版社, 1999)에 수록된 ≪고소설구침(古小說鉤沈)≫본 ≪속설(俗說)≫을 사용했습니다.
≪속설≫에 대한 저록(著錄)은 ≪수서(隋書)≫ <경적지(經籍志)> 자부(子部) 잡가류(雜家類)에 ‘≪속설≫ 3권은 심약이 지었다. 양나라 때는 5권이었다(≪俗說≫三卷, 沈約撰. 梁五卷)’라는 기록에서 처음 보이며, 그 이후의 사지(史志)와 서지(書志)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당(唐)나라 때에 이미 망실된 것으로 추정된다.≪속설≫의 유문(遺文)은 ≪예문유취(藝文類聚)≫·≪북당서초(北堂書鈔)≫·≪태평어람(太平御覽)≫·≪태평광기(太平廣記)≫ 등에 남아 있다. 집본(輯本)으로는 ≪옥함산방집일서(玉函山房輯佚書)≫본과 ≪고소설구침(古小說鉤沈)≫본 두 종류가 있다. 이 두 집본은 각각 52조씩 집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4조만 서로 다르다.
≪속설≫은 주로 동진(東晉)과 유송(劉宋) 시대 상류층 문인 명사들의 언행과 일화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유문을 통하여 살펴보면 내용이 상당히 광범위하며 당시에 유행하던 청담(淸談)과 인물 품평의 풍기를 비교적 잘 반영하고 있다. 전체 52조 가운데서 몇 조의 고사를 살펴봄으로써 ≪속설≫의 내용을 이해하고자 한다.
고호두[顧虎頭: 고개지(顧愷之)]가 남을 위해 부채에 인물 그림을 그려주었는데, 혜강(嵇康)과 완적(阮籍)을 그릴 때는 모두 눈동자를 찍지 않은 채로 곧장 부채 주인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눈동자를 찍으면 곧바로 살아서 말을 할 수 있을 것이오!”
고개지(顧愷之)는 동진의 저명한 화가로 시부(詩賦)와 서예에도 뛰어나 재절(才絶)·화절(畫絶)·치절(痴絶)의 삼절대사(三絶大師)로 불린다. 고개지가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의 혜강(嵇康)과 완적(阮籍)의 초상을 그리면서 눈동자를 찍지 않은 것에는 매우 심오한 이치가 함축되어 있다. 그는 인물화를 그릴 때 특히 점정(點睛)을 중시했다. ≪세설신어≫ <교예(巧藝)>편의 기록을 보면 그가 점정을 중시한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고장강[顧長康: 고개지(顧愷之)]은 인물화를 그릴 때 간혹 몇 년 동안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곤 했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고개지가 대답했다.
“형체의 미추는 본래 그림의 진수와는 무관하지요. 정신을 불어넣어 살아 있는 듯이 그려내는 비법이 바로 이[點睛] 가운데 있는 것이지요.”
즉 인물화에 있어서 ‘정신을 불어넣어 살아 있는 듯이 그려내는[傳神寫照]’ 관건이 바로 점정에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이 점정은 단순히 인물화에 있어서 운필(運筆)의 정교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회화 예술이 입신(入神)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관건인 것이다. ≪속설≫의 본 고사는 바로 그러한 고개지의 회화론을 ‘점정변어(點睛便語, 눈동자를 찍으면 곧 살아서 말을 한다)’라는 넉 자로 다 표현하고 있다. 이는 지인소설이 지향하는 언어 묘사의 간결성과 함축성을 잘 구현한 것이라 하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룡점정(畫龍點睛)’이라는 성어의 출전은 당나라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歷代名畫記)≫이지만, 그 근원을 찾아보면 이러한 고개지의 점정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순개자[荀介子: 순백자(荀伯子)]가 형주 자사(荊州刺史)로 있을 때, 순개자의 부인은 투기가 대단하여 항상 순개자의 서재 안에 있다가 손님이 오면 곧장 병풍을 가리고 그 뒤에 숨었다. 당시 중병참군(中兵參軍)으로 있던 환씨(桓氏)라는 어떤 손님이 순개자를 찾아와 일을 논의했는데, 일에 대한 논의를 이미 끝내고도 계속 남아서 여담을 나누었다. 환씨는 당시 젊었으며 자태와 용모가 매우 훌륭했다. 순개자의 부인이 병풍 안에 있다가 곧장 환씨에게 말했다.
“환참군, 당신은 사람의 도리도 모르시오? 일에 대한 논의를 이미 끝냈는데 어찌하여 떠나지 않는 것이오?”
그러자 환씨는 허둥지둥 곧바로 달려 나갔다.
이 고사는 남편을 항상 감시하고 남편을 찾아온 손님까지도 오래 머무르지 못하도록 쫓아버린 순개자 부인의 극단적인 투기 행위를 묘사하고 있다. 작자는 마지막 순개자의 부인이 환참군에게 한 말을 통하여 그녀의 비뚤어진 투기 심리를 다분히 해학적으로 잘 나타내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속설≫은 취재고사의 일부분이 전대 작품의 고사와 직간접적으로 중복이 되긴 하지만, 등장인물의 언행과 풍모를 간결한 필치로 그려내 문학성과 예술성에서 일정한 성취를 이루었다.
이 책은 ≪노신집록고적총편(魯迅輯錄古籍叢編)≫(北京: 人民文學出版社, 1999)에 수록된 ≪고소설구침(古小說鉤沈)≫본 ≪속설(俗說)≫을 저본으로 했다. 저본에 집록된 52조의 고사 전체를 우리말로 옮기고 간략한 주를 달았다. 고사의 제목은 저본에는 없지만 옮긴이가 임의로 달았다. 아울러 ≪옥함산방집일서(玉函山房輯佚書)≫에 실려 있는 마국한(馬國翰)의 <속설서(俗說序)>를 첨부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어떤 사람이 주백인의 배를 가리키며 말하다 有人指周伯仁腹曰
완광록의 큰아들이 죽다 阮光祿大兒喪
사안이 어렸을 때 명성을 얻다 謝安小兒時便有名譽
사만이 잠자리에서 늘 늦게 일어나다 萬眠常晏起
사만이 사태부와 함께 간문제를 찾아뵙다 謝萬與太傅共詣簡
유진장이 짚신을 짜서 모친을 봉양하다 劉眞長織芒履以養母
진나라 애제의 왕황후가 자마금 가락지를 끼다 晉哀帝王皇后有一紫磨金指環
진나라 간문제가 여러 담객들을 모으다 晉簡文集諸談士
석도안의 왼팔 위로 살점 하나가 돋아나다 釋道安生左臂上一肉
사인조가 스스로 잘못을 고쳐서 명사가 되다 謝仁祖自改遂爲名流
사인조의 첩 아비 謝仁祖妾阿妃
왕자경이 왕이보를 흉내 내다 王子敬學王夷甫
은중감이 원강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 殷仲堪看袁羌圍棋
고호두가 남을 위해 부채에 그림을 그리다 顧虎頭爲人畫扇
환대사마가 환함에게 성을 내다 桓大司馬瞋桓瑊
환온의 처 남군공주가 투기가 심하다 桓溫妻南郡主甚妬
환령보가 ≪장자≫를 직접 강론하다 桓靈寶自講≪莊子≫
환현이 시를 지으면서 피리를 불다 桓玄作詩鼓吹
환현의 첩이 해산할 때 바람을 두려워하다 桓玄妾當産畏風
환선성이 동생 환매득을 볼모로 잡히고 양을 얻으려 하다 桓宣城以弟買得質羊
환석호가 호랑이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다 桓石虎拔虎箭
환표노가 제갈랑과 경주하다 桓豹奴與諸葛郞競走
환표노가 피로하여 병들다 桓豹奴病勞
왕승경이 한 시대의 표상이 되다 王僧敬爲一時之標
왕승경 형제가 신상과 같다 王僧敬兄弟若神
환현이 서예를 좋아하다 桓玄愛書
사인조가 쟁을 타며 <추풍사>를 부르다 謝仁祖彈箏歌<秋風>
환현이 정기를 총애하다 桓玄寵丁期
진나라 명제가 송위를 완요집에게 내려주다 晉明帝以宋褘賜阮遙集
원산송이 송위의 무덤에 올라 <행로난> 노래를 짓다 袁山松上宋褘冢作<行路難>歌
왕동정이 태공을 찾아가 하룻밤 묵으면서 작별하다 王東亭就汰公宿別
왕효백이 거사하자 왕동정이 근심 걱정하다 王孝伯起事王東亭憂懼
도기가 왕효백의 참군으로 있을 때 시를 짓다 陶夔爲王孝伯參軍嘗作詩
왕경손이 만족의 시종이 되다 王慶孫爲蠻人行者
사첨의 털이 남다르다 謝瞻殊毛
치승이 청계를 유람하면서 시를 짓다 郗僧遊靑谿中作詩
사혼이 왕고려의 손을 잡고 말하다 謝混執王高麗手曰
은백이 하무기와 함께 저포 노름을 하다 殷伯與何無忌共樗蒲
양원보가 황제의 부름을 받다 羊元保被召見
사마낭군이 기녀 놀이를 좋아하다 司馬郎君好作妓
서간목이 젊었을 때 까마귀 꿈을 꾸다 徐干木年少時嘗夢烏
모태가 옥와 하나를 사다 毛泰買一玉窪
순개자의 부인이 투기가 대단하다 荀介子婦大妬
차무자의 부인이 투기가 대단하다 車武子婦大妬
부량이 장부와 작별하다 傅亮與張敷別
부량이 북정에 나섰을 때 멀리 숭고산을 바라보다 傅亮北征遙見嵩高山
하승천이 안연년에게 콩꼬투리를 묻다 何承天問藿囊於安延年
주상이 강이를 기용하여 첨사를 겸임시키려 하다 主上欲用江夷領詹事
사복야와 도태상이 오령군을 찾아가다 謝僕射·陶太常詣吳領軍
유류와 부적의 독서 劉柳與傅迪之讀書
유광록이 멋진 거위를 기르다 劉光祿養好鵝
심승조가 사람의 길흉을 기록하다 沈僧照記人吉凶
속설서 俗說序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顧虎頭爲人晝扇, 作嵇·阮, 都不點眼睛,
便送還扇主, 曰: “點眼睛便欲能語!”
고호두가 남을 위해 부채에 인물 그림을 그려주었는데, 혜강과 완적을 그릴 때는 모두 눈동자를 찍지 않은 채로 곧장 부채 주인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눈동자를 찍으면 곧바로 살아서 말을 할 수 있을 것이오!”
옮긴이
김장환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와 미국 하버드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Visiting Scholar)를 지냈다. 전공분야는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 문헌이다.
그동안 쓰고 번역한 책으로는 ≪중국문학입문≫, ≪중국문언단편소설선≫, ≪중국연극사≫, ≪중국유서개설(中國類書槪說)≫, ≪봉신연의(封神演義)≫(전5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세설신어(世說新語)≫(전3권), ≪고사전(高士傳)≫, ≪태평광기(太平廣記)≫(전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8권), ≪중국역대필기(中國歷代筆記)≫, ≪소림(笑林)≫, ≪어림(語林)≫, ≪곽자(郭子)≫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 문헌에 관한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다.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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