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 레브레아누 Liviu Rebreanu(루마니아, 1885~1944)
 
리비우 레브레아누(Liviu Rebreanu)는 1885년 11월 27일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 북부 비스트리차-너서우드 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교직에 있던 부친의 열네 아이 중 첫째로 태어났다. 연극에 관심이 많던 모친의 영향을 받으며 그는 너서우드에서 유년시절의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1903∼1906년 부다페스트의 군사학교를 마친 후 육군소위로 임관했고, 헝가리 남동부의 줄러(Gyula)에서 장교로 2년간 군생활을 했다. 이 기간은 작가에게 작품 창작에 대한 많은 영감과 경험을 제공해 준 시기였다. 1909년 일련의 단편들을 발표하면서 데뷔한 작가는 루마니아 문학에 있어서 사실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자연주의적 심리 분석을 그의 작품 속에 시도했다. 당시 트란실바니아의 정황과 짧지 않은 군생활 그리고 1917년 5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장교로 근무하던 동생 에밀이 탈영과 반역죄로 처형당한 아픔은, 그가 루마니아 문학에 있어서 사실주의 작가 및 전쟁문학의 대가로 평가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폐기종과 기관지염으로 그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고, 삶에 대한 연민을 그의 저널 ≪주르날(1885-1944, Jurnal)≫에서 마지막으로 표현하며 1944년 9월 1일 일생을 마감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농민과 토지 그리고 사회문제를 고발한 ≪이온(Ion)≫(1920), ≪왕자(Crăişorul)≫(1929), ≪봉기(Răscoala)≫(1932), 그리고 전쟁의 참상과 전쟁 앞에 내몰린 인간의 비극적인 심리를 묘사한 ≪죽음의 윤무(Hora morţii)≫(1916), ≪수난(Calvarul)≫(1919), ≪교수된 자들의 숲(Pădurea spânzuraţilor)≫(1922), ≪탈영병 이칙 슈트룰(Iţic Ştrul, dezertor)≫(1932)이 있다. 국가문학상을 받았으며, 작가협회 부회장과 학술원 회원을 역임했다.



해설           

국내 최초 소개


 이 책은 ≪Pădurea spânzuraţilor(Minerva,1972)≫를 원전으로, 국내에서 처음 번역한 것입니다.

 작품 중 1편, 3편, 4편의 일부를 옮긴 것으로서, 원본의 30% 정도를 발췌했습니다.

스보보다 소위의 교수(絞首)로 시작되어 주인공 아포스톨 볼로가(Apostol Bologa) 자신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교수된 자들의 숲≫은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다. 전쟁과 평화, 삶과 죽음, 민족의식과 국가의식의 상호모순적인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의 양심이 어떤 전개양상을 보여주는지 엄격한 논리적 전개를 통하여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의 부조리한 상황에 끊임없이 휘말리는 지성인의 초상을 주인공 볼로가를 통하여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의 각 장은 등장인물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전개된 심리분석의 단계적 발전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궁극적으로 삶과 그에 부수된 실체가 인간이 만든 법이나 규칙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작가는 일상의 평범한 인물들을 소설의 무대에 등장시킴으로써 독자와의 거리감을 해소하고 있다. 소설의 서문에서 “1917년 루마니아 전선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의해 처형된 나의 동생 에밀을 추모하며”라고 밝힌 것처럼 오스트리아-헝가리 장교로서 루마니아 국경을 넘어 탈영을 시도하다 붙잡혀 교수형을 당한 동생 에밀을 주인공의 원형으로 삼고 있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군대에 징집된 수많은 체코인들은 오스트리아·이탈리아 국경 뒤에 있는 숲에서 탈영과 반역죄의 명목으로 교수를 당했다.

모두 4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반역죄로 고소된 체코인 스보보다 소위의 교수형으로 시작된다. 사형집행을 침묵과 슬픔으로 일관되게 지켜본 클라프카(Klapka) 대위와 달리 주인공 볼로가 중위는 체코인 장교를 죽음으로 내몬 군사법정에 참석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교수형을 당하던 스보보다 소위의 눈에 교차하는 분노와 자유를 본 그는 깊은 충격을 받고, 양심의 가책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숙소로 돌아온 볼로가는 조국과 민족애에 불타던 루마니아인이자 변호사였던 부친이 유년시절 그에게 상기시켜주었던 민족의식을 돌이켜보게 된다.

부친의 죽음으로 종교에 회의를 느낀 그는 정교회 사제가 되도록 종용했던 모친의 품을 벗어나 부다페스트에서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방학 때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변호사의 딸 마르타(Marta)와 약혼을 하나, 제복 입은 군인들을 흠모하는 마르타에게서 질투를 느낀 그는 때마침 전쟁이 발발하자 군에 가지 않아도 되는 미망인의 아들 신분이었지만 군대에 자원입대하게 된다.

저녁식사 시간에 탈영병의 처형에 대해 군인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자, 볼로가는 사형수의 유죄를 계속 옹호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가 정말 사형을 당할 만큼 잘못했는지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후 세 명의 체코인 동료들과 함께 탈영을 기획했다가 탈영 전날, 집에서 온 편지를 받고 탈영을 포기했던 클라프카 대위에게서 동료들의 처형과 사형 집행대가 빼곡히 들어선 ‘교수된 자들의 숲’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적군인 러시아부대에서 매일 밤 비추는 반사경을 부술 생각을 하던 볼로가는 클라프카 대위로부터 사단이 루마니아 전선으로 이동될 거라는 얘기를 듣고 동요하기 시작한다. 루마니아 전선이 아닌 이탈리아 전선으로 차출되기 위해 그는 러시아군의 반사경을 부수고, 장군에게 그 포상으로 이탈리아 전선으로의 차출을 건의하지만, 그가 루마니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장군은 몹시 화를 내며 그를 루마니아 전선으로 보낼 것을 결정한다. 볼로가는 탈영을 결심하고 전선의 관측소에서 때를 기다린다. 하지만 볼로가는 그날 밤 날아온 러시아군의 폭탄공격에 깊은 상처를 입으며 1편이 종료된다.

2편에서 부상당한 볼로가는 몇 달 동안 여러 군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던 중, 어느 날 기차에서 우연히 장군을 만나게 된다. 옛 장군은 그를 비아냥거렸지만, 같이 있던 다른 장군에 의해 그는 후방 예비부대로 전출될 수 있었다. 장의사인 비도르(Vidor)의 집에 거처했던 그는 비도르의 딸 일로나(Ilona)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지만, 탈영에 대한 강박관념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았다. 의사의 배려로 병가를 얻어 집에 온 볼로가는 헝가리 병사와 함께 병문안을 온 마르타가 헝가리어만 사용하며 그의 심기를 건드리자, 그날 밤 약혼반지를 돌려보내며 파혼을 결심한다.

3편에서는 약혼을 파기한 볼로가와 일로나의 사랑이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사랑은 볼로가에게 삶과 생존의 원천이 되기 시작한다. 장의사인 비도르로부터 몇몇 루마니아인 병사들의 사형 집행에 대해 듣게 되지만, 사랑에 대한 신념으로 모든 갈등을 극복해 나간다. 그러던 중 옛 장군의 호출로 다시금 ‘교수된 자들의 숲’을 지나 장군에게 도착한다. 장군으로부터 볼로가는 12명의 루마니아인 탈영병에 대한 재판을 주관할 집행관이 될 것을 명령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일로나와의 마지막 대화 후에 그는 탈영을 시도했지만, 옛 동료인 바르가 중위에게 붙잡히고 만다.

4편에서 볼로가는 군사재판에서 언급되는 그의 죄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를 아끼던 클라프카 대위는 변호사를 자원하며 그를 돕고자 했다. 하지만, 볼로가는 더 이상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고, 빨리 그를 죽여주기를 원했다. 그의 손에 지도가 들려 있었다는 이유로 총살형이 아닌 교수형에 처해지게 되었고, 사형 집행 당일 그는 일로나와 클라프카 대위 그리고 장의사 비도르의 울부짖음을 뒤로 한 채, 옛 친구였던 사제 콘스탄틴의 부축을 받으며 교수대에 오르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주인공 볼로가는 죽어가는 동료의 모습과 전쟁의 잔인함을 보았고, 이 부조리한 상황 속에 처해진 자아의 정체성을 인식했던 것이다. 교수형의 죽음으로 시작된 볼로가의 심리변화는 전쟁에 대한 환멸과 부조리한 죽음, 약혼의 파기와 새로운 사랑의 시작 그리고 종교로의 귀환을 야기했다. 그의 죽음 이면에는 국가는 물론 민족을 초월한 인간주의적 확신과 신념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소설은 자신의 민족인 루마니아인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전선으로 내몰리고, 또 자신과도 같은 루마니아인 병사들을 위한 군사법정에서 형 집행을 담당하도록 강요당하며, 탈출구 없는 벼랑의 끝으로 내몰리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전쟁의 사실적 묘사와 결부되어 그려진 작품이다.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는 12세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헝가리와 오스만 터키, 합스부르크 그리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의해 순차적으로 지배를 받았던 지역이다. 다수 민족을 구성하고 있던 트란실바니아의 루마니아인들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피폐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으며, 생존에 필요한 기득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헝가리 상류층과 동일한 위치인 지식인 사회로 진입해야만 했다. 민족의식과 국가의식 사이의 갈등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상황과 비극을 기반으로 한 ≪교수된 자들의 숲≫은 물질과 정신적 삶마저도 유린당하며 숙명적으로 살아야만 했던 당시 트란실바니아의 루마니아인을 전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1903년부터 1906년까지 부다페스트의 군사학교를 마친 후 2년간 육군소위로 헝가리 남동부의 줄러에서 군생활을 한 경험은 작가에게 작품 창작에 대한 많은 영감을 주었다. 당시 트란실바니아의 정황과 민족 정체성에 대한 번뇌를 기반으로 그는 사실주의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자연주의적 심리 분석을 그의 작품 속에서 시험했다. 이런 배경 하에 농민과 토지를 중심으로 한 사회문제와 전쟁의 참상 그리고 전쟁 앞에 내몰린 인간의 비극적인 심리 상태는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테마가 되었다. 리비우 레브레아누는 루마니아 문학사에 있어 사실주의 작가 및 전쟁문학의 대가로 평가되고 있다.

본서는 1922년 처음 출간된 ≪교수된 자들의 숲≫을, 루마니아의 미네르바(Minerva) 출판사가 1972년에 다시 출간한 텍스트를 원전으로 하여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국내 초역인 본서는 서사전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품의 주요 부분인 1편의 1·2·4·5·7·11장, 3편의 11장 그리고 4편의 8장, 이렇게 원본의 30% 정도를 발췌했다. 원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소설의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발췌에 고심했으며, 작가가 처음부터 의도한 전쟁과 부조리한 죽음, 국가와 민족의식의 갈등, 종교적 깨우침에 대한 심리분석을 원전 그대로의 느낌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독자들이 즐거운 글 읽기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작품 중에서     

Caporalul smulse năuc scăunelul de sub picioarele condamnatului. Braţul spânzurătoarei pârâi, şi trupul începu a se zvârcoli în căutarea unui sprijin. În ochi lucirea stranie, arzătoare, pâlpâia mai puternic, cu tremurări grăbite, din ce în ce mai albă... Bologa vedea bine cum bulbii ochilor se umflau şi se învineţeau, şi totuşi privirea îşi păstra strălucirea însufleţită, parcă nici moartea n-ar fi în stare s-o întunece sau s-o nimicească...

상병은 죄수의 발아래 놓인 걸상을 미친 듯이 걷어찼다. 교수대의 가지는 지끈하며 금이 가는 짧은 소리를 냈고, 도움을 갈구하듯 육체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눈에는 불타오르는 기괴한 광채가 점점 더 강하게 요동쳤고, 급하게 전율하며 하얗게 변했다. 이내 볼로가는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가 자줏빛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은 생기가 넘치는 광채를 보존하고 있었고, 그것은 마치 그 어떠한 죽음도 그를 어둠 속으로 몰아넣거나 파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옮긴이         

김정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루마니아어과를 졸업하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대학교에서 루마니아 상징주의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한국·동유럽 구비문학 비교연구)≫(공저)가 있고, 역서로 ≪납(제오르제 바코비아 시선집)≫, ≪동유럽 사람들은 삶을 어떻게 노래했을까≫(공역)가 있다. ≪천상병 시선집(Cheon Sang Byeong―Întoarcerea în Cer)≫과 이상 선별집 ≪날개(Yi Sang―Aripi, opere alese)≫ 등 한국 문학을 루마니아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루마니아 시와 구비문학, 민속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루마니아어과에서 강의하며, 같은 대학 동유럽발칸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편집자 리뷰   

루마니아 사실주의 작가이며 전쟁문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리비우 레브레아누의 <교수된 자들의 숲>을 우리말로 처음 번역하였다. 부조리한 죽음과 개인적·사회적 갈등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한 인간이 겪어야 했던 잔인한 현실, 비극적인 심리 상태, 극한으로 치닫게 하는 번뇌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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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ma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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