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기>에 대한 관심은 우리 소설사를 처음 쓴 김태준이 그의 ≪조선소설사≫에서 이 작품을 희곡으로 언급한 데서 비롯된다. 그는 이 작품을 “문양산인농제(汶陽散人弄題)의 동상기”라 언급하면서 이것이 이덕무(李德懋)의 저작인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가 ‘문양산인의 동상기’라 한 것도 현전하는 이본 4종 가운데 국립중앙도서관본과 한남서림본에서만 나타나고 있으므로 그는 이 두 가지를 참고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근래에 들어서 이옥(李鈺)의 작품일 것이라는 주장이 여러 논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의 작자로 거론된 ‘매화치농’, ‘매화탕치농’이 이미 매화와 유관한 별호를 사용한 이옥과 관련이 있다는 점, 그리고 제사(題辭)의 내용에서 학질을 언급한 내용에서 작자가 학질에 걸린 적이 있었던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역시 같은 제사의 내용에서 신해년 유월에 과거 공부 중이란 점이 그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 작품의 범위나 성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일치된 견해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해설
이 책은 원전의 분량이 많지 않으므로 발췌하지 않고 모두 번역했습니다.
≪동상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전 희곡이다. 노처녀 노총각을 조정에서 결혼시켜 주는 내용으로, 18세기 후반 조선시대의 서울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현재 전하는 이본 4종의 원문을 대조하여 번역했다. 여러 이본 중에서 굳이 ‘청옥당 제칠재자서 동상기’를 기본 텍스트로 고른 이유가 있다. 이 자료가 그만큼 본 작품을 바라보는 역자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계급이 맞지 않고 빈부가 맞지 않아 짝을 찾지 못하는 결혼의 풍습이야 오늘날과 다를 바 없지만, 이런 다양한 자료가 남아 있게 된 이유나 생각보다 심한 각 이본 간의 오·탈자 문제를 이해하려면 이보다 더 좋은 자료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변혁기에 접어든 조선 후기 사회가 고착된 집권 노론층의 정국 운영으로 더 이상 변화의 물꼬를 트기 어렵게 될 즈음, 수백 년 전통의 가례를 거부하고 중국으로부터 천주교 세례를 받고 돌아온 사람까지 나타나고, 폐쇄된 상층부 자체에서도 전통적인 성리학 지식 습득에 안주하기보다 역동적인 하층부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쪽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패사소품 서적을 탐독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이렇게 되자 국왕 정조는 이런 원인이 명·청 소품문의 유입에 있다며 문체를 바로잡으려는 정책을 펼친다. 그리하여 몇몇 인사들이 쓴 불순한 문체를 순정한 쪽으로 바꾸도록 명한다. 문체가 시대를 반영한다며 뒤숭숭한 시대 분위기를 일신코자 한 이 사건을 우리는 문체반정이라 일컫는다. 그래서 조정 관료나 유생들이 쓴 글을 검열하는데, 남공철·김조순·이상황·박지원·이덕무·김려·이옥 등이 견책을 당한 당시 선비들이다.
지금으로서는 구습을 벗고 시대에 맞는 문체를 사용한 것 같은 이 사건이 어떤 연유로 발생되었을까? 지금도 이견이 분분하다. 이 책이 이 의문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 정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단지 소품체 어휘 몇 단어 때문에 이들이 견책을 당했다기보다 훨씬 더 백화투에 다가선 것이 이유일 것이라 믿는다. 이 책에 실린 이옥의 <김신부부사혼기>를 보면 그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문 작가로서는 정상적으로 읽을 수 없는 생경한 문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한 사람인 이덕무는 자송문도 작성하지 못한 채 곧 세상을 떠났고, 이옥은 충청도 정산현에 충군되었다가 나중에는 경상도 봉성(현재 합천군 삼가면) 땅에 가서 118일간 귀양살이를 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한다. 귀양살이의 긴 사연은 친구였던 김려에 의해 ≪봉성문여≫란 글로 편찬되었고, 역자는 ≪봉성에서≫(국학자료원, 2001)라는 책으로 세상에 내놓은 바 있다. 이것이 조선 선비의 삶이었다.
차례
해설 ·······················9
청옥당제칠재자서
동상기(靑玉堂第七才子書東廂記)
동상소지 ····················37
東床小識 ····················39
김신부부전 ···················41
金申夫婦傳 ····················56
동상기 ·····················69
제1절 ·····················70
제2절 ·····················82
제3절 ·····················94
제4절 ····················108
東床記 ····················120
第一折 ····················121
第二折 ····················131
第三折 ····················141
第四折 ····················153
참고문헌 ····················163
역주자에 대해 ··················166
본문 중에서
冬月明, 雪裏人嫌冷,
秋花姸, 春去誰稱美?
一叢香愁, 令人脹死,
不問可知.
蠶老了猶能室,
花老了尙能子,
處女老了奈爾何?
겨울 달이 밝으나
눈 속에서는 사람들이 추위서 싫다 하고,
가을꽃이 아름다우나
봄 지난 뒤 누가 아름답다 하리오.
한 떨기 향내도 근심 되면,
사람을 창증에 걸려 죽게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라.
누에가 늙으면 오히려 고치라도 되고,
꽃은 지면 그래도 열매라도 생기지만,
처녀가 늙으면 무얼 하겠느뇨?
옮긴이
정용수는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를 거쳐,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고전문학 전공으로 문학석사 및 문학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2000년부터 U. C. Berkeley, Institute of East Asia Studies에서 1년간 객원교수(Visiting Scholar)를 지냈다. 현재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역서로 ≪후탄선생정정주해 서상기≫(국학자료원, 2006), ≪剪燈新話句解≫(푸른사상, 2003), ≪봉성에서≫(국학자료원, 2001), ≪고금소총 명엽지해≫(국학자료원, 1998), ≪국역 소문쇄록≫(국학자료원, 1997) 외에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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