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드 네르발 Gérad de Nerval(프랑스, 1808~1855) [이미지출처]www.rodoni.ch
프랑스 남부 출신의 한 남자가, 북부로부터 와서 발루아 지방에 정착한 가문의 처녀와 결혼하여 이듬해 한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 아이를 발루아 지방의 어느 유모에게 맡기고 나폴레옹을 따라 전장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 아이는 1808년 5월 22일 파리의 생마르탱 가 96번지에서 태어났고, 1855년 2월 26일 새벽 파리의 으슥한 골목에서 목매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죽은 후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20세기 초가 되자 그의 작품 속에서 놀라운 것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는 18세기 유럽의 내면을 흐르던 온갖 기원의 신비주의가 있고, 괴테의 ≪파우스트≫와 실러의 ≪군도≫, 호프만의 ≪악마의 정수≫,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가, 하이네의 ≪아타 트롤≫과 같은 독일의 낭만주의가 배어 있고, 보들레르와 파르나스 시파와 상징주의의 싹이 있으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축소판이, 초현실주의자들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자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구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던 초현실의 세계가 또한 있었다.
그가 광증에 시달리는 고난의 삶을 살았고 그로 인하여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비극의 주인공으로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판도라>나 <오렐리아> 같은 작품은 이해할 수 없는 광증의 발로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잘못 판단되었던 것이다.
20세기에 와서 그가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의 모든 작품은 논리를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92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네르발에 관한 연구가 있었고, 1950년대 이후 특히 1960∼1970년대에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프랑스 사람들은 네르발을 ‘가장 프랑스적인 서정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고 있다.
내용 소개
제라르 드 네르발(Gérad de Nerval)은 심각한 광증의 발작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정신적 이상상태에 대하여 정신병이란 표현조차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오렐리아≫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작가는 “그런데 내가 왜 병이란 표현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나 자신과 관련된 병에 관한한, 나는 건강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그는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상상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네르발은 이러한 상태를 문학적 상상의 세계, 다시 말해서, “깨어 있는 상태에서의 꿈”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렐리아≫는 작가가 경험한 바로 “깨어 있는 상태에서의 꿈”을 기록한 작품이다. 거기에 온갖 기원의 신비주의 사상이 내재되어 있고, 미신적 믿음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고전천줄 시리즈’에 함께 번역·소개될 <실비>와 <시바의 여왕과 솔로몬 이야기>, 그리고 ≪오렐리아≫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은 작가 자신이 투사된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고, 여주인공들은 모두가 ‘불의 딸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세 작품은 작가의 정신적 변천과정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동방여행은 시인에게는 종교적 수련일 뿐만 아니라 사랑과 죽음의 수련이었다. 그리고 이 수련은 시인의 전 생애를 통해서 계속되었으며, ≪오렐리아≫에서 그 수련의 과정이 총체적으로 끝을 맺는다. 작가가 최후에 찾고자 했던 대상이 마지막 작품인 ≪오렐리아≫에서 확연히 드러나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여인이며 어머니이며 이시스 여신이라는 상징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오렐리아≫는 <불의 딸들>과 <시바의 여왕과 솔로몬 이야기>의 완결편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세기 초 초현실주의자들은 이러한 꿈의 세계를 그려낸 네르발을 그들의 선구자로 보았다. 그들은 보편적인 삶과 무의식적 삶을 가르는 장벽을 제거하면, 인간이 소외되지도 제약받지도 않았던 시대로부터 시작된, 그러나 지금은 잃어버린 신비한 일체성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무의식이 표면에 떠오를 수 있고 현실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꿈의 전사와 자동기술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이성으로부터 해방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렐리아≫는 바로 ‘이성으로부터 해방된’ 몽상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본명이 제라르 라브뤼니(Gérard Labrunie)는 1808년 5월 22일 파리에서 출생해서, 곧 르와지라는 작은 마을의 한 유모에게 맡겨진다. 그의 부친인 에티엔느 라브뤼니가 나폴레옹 휘하 군의관으로 임명되어, 부인을 동반하고 임지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라르의 어머니는 전장 터에서 25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그곳 폴란드의 그로스 글로고 가톨릭 묘지에 매장되었다. 제라르는 부모가 없는 상태에서 모르트퐁텐느에 살고 있는 외할머니의 형제 앙뜨완느 부셰에게 맡겨져 7세가 되던 해까지 그곳에서 자란다.
어머니의 죽음과 1814년 봄 부친의 갑작스런 귀환과 불화, 외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속재산의 탕진과 파산, 그리고 여배우 제니 콜롱의 죽음 등은 작가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네르발은 1841년 2월 20일경 첫 정신병 발작을 경험했고, 그 이후 10여 년 동안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지만, 그의 건강은 1851년 이후 다시 악화되어 1853년 이후부터는 광증의 발작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1853년 이후 네르발은 정신과 육체가 모두 피폐한 상태로 거처도 없이 파리를 방랑한다. 그는 한 푼의 돈도 없었고, 유난히도 추운 겨울에 외투도 없이 떠돌아다녔지만, 친구들의 도움도 거절했다. 그리고 1855년 1월 26일 새벽, 라 비에이유 랑테른느 가(현재 사라 베르나르 극장이 위치하고 있는 곳)에서 목매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우세와 고티에, 그리고 문인협회가 개입하여 그의 장례가 노트르담 사원에서 거행되고,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에 매장되었다.
≪오렐리아≫는 1855년 1월 1일 ‘제1부’가 <파리 지>에 발표되고, ‘제2부’는 작가 사망 후 2월 15일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1855년 1월 1일에 발표된 원본에는 이 ‘[제1부]’는 존재하지 않고 제I장에서 X장까지만 표기되어 있다. 이 ‘[제1부]’는 작가 사망 후 동년 2월 15일에 게재된 “제2부”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편집자의 임의로 붙여진 것임을 밝혀둔다. ‘제1부’는 저자가 직접 교정을 한 부분이지만, ‘제2부’는 저자가 사망한 후 남겨놓은 원고들을 편집자가 수집하여 배열한 부분이다. 따라서 ‘제2부’는 저자의 의도가 정확히 표현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자가 참고한 원문에는 ‘[제1부]’, ‘제2부’로 표기되어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본문 중에서
‘꿈’은 제2의 삶이다.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부터 우리를 가르는 상아와 뿔로 된 이 문을 통과할 때면 으스스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수면의 첫 순간은 죽음의 이미지와 같다. 흐릿한 마비 증상이 우리의 사고를 사로잡고, 그래서 우리는 ‘자아’가 또 다른 형태로 삶의 활동을 계속하는 분명한 순간을 간파할 수 없다. 그것은 차츰차츰 밝아오는 침침한 지하세계이며, 그곳에서는 근엄한 부동의 자세로 머물고 있는 명계의 창백한 형체들이 그늘과 어둠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장면이 형체를 갖추고, 새로운 빛이 환하게 비치며 이상한 유령들이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영령들의 세계가 우리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Le Rêve est une seconde vie. Je n'ai pu percé sans frémir ces portes d'ivoire ou de corne qui nous séparent du monde invisible. Les premiers instants du sommeil sont l'image de la mort; un engourdissement nébuleux saisit notre pensée, et nous ne pouvons déterminer l'instant précis où le moi, sous une autre forme, continue l'oeuvre de l'existence. C'est un souterrain vague qui s'éclaire peu à peu, et où se dégagent de l'ombre et de la nuit les pâles figures gravement immobiles qui habitent le séjour des limbes. Puis le tableau se forme, une clarté nouvelle illumine et fait jouer ces apparitions bizares; ― le monde des Esprits s'ouvre pour nous.
역자 소개
이준섭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 후 도불해 파리4대학에서 프랑스 낭만주의와 제라르 드 네르발 연구로 문학석사 및 박사학위(1980년) 취득했다. 1981년부터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7년에 정년퇴임한 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2002년에는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프랑스 문학사(I)≫(세손출판사, 1993), ≪제라르 드 네르발의 삶과 죽음의 강박관념≫(고려대출판부, 1994), ≪프랑스 문학사(II)≫(세손출판사, 2002), ≪고대신화와 프랑스문학≫(고려대출판부, 2004) ≪프랑스문학과 신비주의 세계≫(고려대출판부, 2005) 등이 있고, 역서로는 ≪불의 딸들≫(아르테, 2007)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18세기 프랑스 신비주의와 G. de Nerval>, <테오필 고티에와 환상문학> 외 다수가 있다.
번역방식
이 번역문은 ≪Oeuvres Complètes III, Ed. Jean Guillaume et Claude Pichois, Gallimard, 1993≫을 기준으로 하여 완역한 것이다. 그러나 독서의 편의를 위해서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연결부호 ‘―’는 가능한 한 삭제하고, ‘―’부호와 함께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경우에 한해서는 행을 달리하여 처리했다. 그리고 독자가 읽기 쉽도록 긴 문단속에 포함되어 있는 직접화법의 문장도 행을 달리하여 옮겨 적었다.
편집자 리뷰
보편적인 삶과 무의식적 삶을 가르는 장벽이 제거 되면, 더 이상 소외되지도 제약도 받지 않는 신비한 일체성을 가지게 된다. 네르발은 이러한 상태를 문학적 상상의 세계, 다시 말해서, ‘깨어 있는 상태에서의 꿈’이라고 말한다. ≪오렐리아≫는 작가가 경험한 바로 그 “깨어 있는 상태에서의 꿈”을 기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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