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뒤렌마트Friedrich Dürenmatt (독일, 1921~1990)
프리드리히 뒤렌마트(1921∼1990)는 스위스 태생의 독일어권 작가로서 전후 가장 위대한 드라마 작가로 평가된다. 뒤렌마트의 작품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영화화 되는 등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사무엘 베케트나 오이게네 이오네스크와 더불어 현대 속의 고전 작가로 인정받는다.
뒤렌마트는 희비극의 장르를 발전, 정착시켰으며 신과 인간 구원의 문제, 자유와 정의의 문제 등 철학적 테마를 독특한 드라마 기법을 사용해서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실험한 작가다. 뒤렌마트는 자신이 관찰하고 성찰한 것을 그로테스크, 패러독스, 풍자와 아이러니, 유머를 통해 희극화 함으로써 관객의 쓴 웃음과 성찰을 자아내는 데 특별한 기량을 보였다. 그는 어떤 영웅적 결단도 내릴 수 없는 현대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반성 외에는 없다는 신념의 소유자였다. 뒤렌마트는 항상 작품을 통해서 시대의 문제에 정열적으로 반응했고, 시대를 비추는 거울을 받쳐 드는 비평가적인 면모를 보여 주었다.
뒤렌마트는 매 작품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한 착상으로 관객과 독자의 흥미와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 로마를 멸망시키기 위해 집권한 로무르스, 장님만이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장님 공작, 자신이 발견한 과학 원리를 은폐하기 위해 정신 병원에 입원하는 물리학자, 자살을 기도하지만 죽지 못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결혼에 대해 살인죄의 형량을 내리는 검사, 정의를 돈으로 사겠다는 노부인, 환경 미화원이 되어버린 헤라클레스 등등의 역발상들은 유머와 결합되어 관객이나 독자들의 통념적 사고의 틀을 깬다.
1940년부터 뒤렌마트는 집필 활동을 시작했으나 1947년에야 본격적인 작품 활동의 소산인 드라마 <쓰여져 있느니라>를 출간했다. 그 후 <장님>(1948) <로무르스 대제>(1949), 범죄 소설 ≪판관과 형리≫(1951) ≪혐의≫(1952)를 발표했다. 1952년에는 기독교 신앙의 코메디라고 불리는 <미시시피 씨의 결혼>을 발표했다. 그가 독자들의 호응을 받은 작품들은 <로무르스 대제>나 <미시시피 씨의 결혼>과 같은 문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 아니라 그의 탐정소설이었다.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쓰기 시작한 탐정소설들은 미국과 영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다. 1953년에 <천사, 비빌론에 오다> 를 발표한 이후 1956년에 상연된 <노부인의 방문>은 뒤렌마트에게 세계적인 성공을 안겨 주었으며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프랑크 5세>(1959)이후에 발표된 <물리학자들>(1962)은 <노부인의 방문>과 더불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어 뒤렌마트에게 세계적인 작가로의 기반을 굳혀 주었다. 이후 뒤렌마트는 브레히트 이후 가장 뛰어난 독일어권 작가로 인정받게 된다. 이미 1954년 라디오 드라마로 발표되었던 <헤라클레스와 아우기아스의 외양간>을 1963년에 연극 대본으로 개작해서 무대에 올렸다. 드라마 외에도 뒤렌마트는 <이중인간>(1946) <경멸받는 인간과의 밤의 대화>(1952), <고장>(1955)등 여덟 개의 방송극을 집필했다.
1970년대에 나온 대표작으로는 <지구의 초상화>, <공범>, <유예>등의 드라마가 있다. 1977년 이후 뒤렌마트는 자신의 이념을 표현하기에 드라마가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해서 드라마 집필을 중단하고 주로 산문 작품에 몰두해서 <사법기관>(1985), <주문>(1986) <헝클어진 골짜기>(1989)등을 집필했다. 특히 1970년대에 그의 작품들은 독일어권 국가에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꾸준히 유지했으며 특히 독일에서 무대에 가장 많이 오르는 작품으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문학계는 뒤렌마트를 현대의 고전작가로, 60세에 신화가 되어버린 존재라고 최고의 찬사를 던졌다.
작품 활동 외에도 뒤렌마트는 핵무기를 반대하고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을 지지하는 등 세계 평화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1990년 12월 14일 노이샤텔에 있는 저택에서 심장마비로 영면했다.
해설
이 작품은 원전의 분량이 많지 않으므로 발췌하지 않고 모두 번역하였습니다.
이 책은 디오게네스 출판사가 출간한 ≪Herkules und der Stall des Augias≫(1980)을 원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뒤렌마트는 1954년 라디오 드라마로 발표했던 <헤라클레스와 아우기아스의 외양간>을 1963년에 연극 대본으로 개작해서 무대에 올리고 다시 1980년에 개작해서 발표했다. 이 책은 1980년에 개작되어 디오게네스 출판사에서 출판한 개정판을 완역한 것이다.
이 작품은 헤라클레스의 열두 개의 노역 가운데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아우기아스의 외양간지기에 관한 패러디가 주요 내용이다. 그리스 신화의 등장 인물 중 지상에서 가장 힘이 센 영웅으로 알려진 헤라클레스는 제우스 신과 인간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半神半人)이다. 헤라클레스는 그가 행한 열두 개의 노역(勞役)으로 유명한데 그가 왜 노역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신화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의 노역의 배경에는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의 간계가 작용했다는 점은 신화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헤라는 남편인 제우스와 다른 여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를 용납할 수 없었다. 헤라가 헤라클레스에게 한 복수는 그녀가 제우스의 혼외자식에게 했던 복수들 중에서 가장 치열하고 집요한 방식이었다.
뒤렌마트는 이 작품에서 전 그리스인의 경탄과 찬사를 받았던 헤라클레스를 몰락한 소시민적 부르주아로 탈바꿈시킨다. 헤라클레스는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는 직업인일 뿐이다. 이 작품 속에서 헤라클레스의 노역은 그리스의 신화와는 정반대로 하나도 성취되지 못한다. 신화에 나오는 노역은 일감, 직업과 동일시되며 헤라클레스는 사례금을 받아 아내를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 등장한다. 헤라클레스는 부채를 갚기 위해 엘리스 국의 쓰레기를 치우는 노역을 하게 된다. 쓰레기 치우는 일 따위는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헤라클레스가 외양간지기가 되기로 결심을 한 이유는 애인 데이아네이라가 빚을 갚기 위해 매춘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쓰레기에 매몰되기 직전인 엘리스국은 쓰레기 처리를 위해서 헤라클레스를 고용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쓰레기 처리에 나선 헤라클레스는 쓰레기를 강물로 쓸어버리려고 하지만 수자원국이 제동을 건다. 헤라클레스에게 엘리스 인들이 계속 관청의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자 의욕을 상실한 헤라클레스는 결국 쓰레기 처리에 실패한다. 이렇게 뒤렌마트는 제도와 규제에 얽매어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게 만드는 관료주의의 병폐를 풍자한다.
이러한 풍자는 쓰레기 문제를 논의하는 시의회 장면에서 의원들이 각자 상이한 의견과 주장을 내놓자, 그 주장과 의견을 검토하기 위해서 또 다른 위원회가 구성되는 부분에서 절정을 이룬다. 또한 하나의 목표를 세웠으나 다양한 이유로 그 목표를 포기해버리는 민주 국가체제에 대한 풍자도 엿볼 수 있다. 민주주의 체제가 복지부동의 관료주의 체제로 경직되면 결국 공허한 토론과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하는 행정체계를 존속시킬 뿐임을 보여준다. 인간이 만들어 낸 제도와 기구를 인간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기구가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또 아우기아스를 통해 법치국가에 대한 풍자가 드러나는데 아우기아스는 목표 달성과는 상관없이 오직 민주국가의 법을 준수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상황의 개선이나 목표 달성과는 배치되는 법치민주주의 원칙만을 고수 하려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를 보여준다.
쓰레기 처리의 실패로 더욱 궁핍하게 된 헤라클레스는 서커스에서 힘 자랑으로 돈을 벌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헤라클레스는 강한 육체적 힘을 가졌지만 정작 그 힘은 빚을 갚고 생계를 유지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기술 자본주의 경제 체제하에서 그의 육체적 힘은 효용가치를 잃었다. 총알 하나가 헤라클레스의 힘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스의 대통령인 아우기아스는 여러 면에서 뒤렌마트의 또 다른 희극 <로무르스 대제>의 로무르스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로무르스가 로마를 멸망시키기 위해 양계(養鷄) 외에는 어떤 일도 하지 않으려는 현자이듯이 아우기아스는 감춰진 영웅으로서 자신의 영토 내에서 개인이 이룰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성취하는 뒤렌마트적인 용감한 인간이다. 아우기아스는 인간으로 가능한 것을 개인적 영역에서 쓰레기 더미를 자신의 정원으로 만들면서 성취한다. 아우기아스는 쓰레기 더미가 된 국가는 더 이상 변화하거나 개선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적인 영역에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작은 파라다이스를 건설한다.
이 작품 속에는 법치국가와 관료주의에 대한 풍자 외에도 학벌, 통신 기밀, 흥행 산업 등 현대사회의 제반현상에 대한 풍자가 나온다. 헤라클레스의 비서인 포리비오스는 헤라클레스의 폭력으로 세 번이나 사지가 부러진 경험이 있지만, 헤라클레스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의 비서직을 수행한다. 왜냐하면 포리비오스는 대학 졸업장이 없어서 다른 곳에 취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생명을 잃을지언정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뒤렌마트는 학벌 위주의 사회를 풍자한다.
이상 언급한 모든 풍자는 결국 영웅을 풍자하기 위한 배경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풍자는 영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영웅에 대한 풍자를 통해 영웅이 몰락하고 소멸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음을 강조한다. 힘과 영웅은 시대와 더불어 변화한다. 헤라클레스의 무서운 괴력은 기술 자본주의 산업시대의 직업인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헤라클레스가 물리쳐야 할 거대한 괴물들은 환경보호제도에 맡겨졌으며 도둑 기사들은 정치계에 유입되었기 때문에 헤라클레스는 직업의 근간을 잃게 되고 엘리스 국의 청소나 스팀팔리엔의 새 떼 소탕작업에 투입된다.
이 작품의 드라마적 구상은 뒤렌마트 자신의 세계관의 시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는 세계 자체를 하나의 괴물로 생각했다. 따라서 극 속에 등장하는 쓰레기, 관청, 인간들은 헤라클레스가 극복해야 할 괴물들이다. 괴물의 하나인 쓰레기를 처치하려는 헤라클레스의 노력은 또 다른 괴물인 관청과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갖는 인간들에 의해 좌초된다.
영웅은 뒤렌마트적인 용감한 인간으로 대체되고 아우기아스처럼 쓰레기 더미 위에 정원을 만드는 일이 뒤렌마트적 용감한 인간의 과업이다. 뒤렌마트는 용감한 인간형을 제시하는 것을 그의 작품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 반 영웅의 시대에 영웅을 대체하고 있다. 뒤렌마트의 용감한 인간은 무의미로부터 의미를 산출해서 인간의 가슴 속에 세계 질서를 다시 세우는 사람이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헤라클레스와 아우기아스의 외양간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Die Gnade, daß unsere Welt sich erhelle, kannst du nicht erzwingen, doch die Voraussetzung kannsr du schaffen, dasß die Gnade-wenn sie kommt- in dir einen reinen Spielgel finde für ihr Licht.
우리의 세계를 밝혀줄 은총을 너는 강요해 받을 수 는 없다. 하지만 은총이 내려온다면 네 속에서 빛을 위한 순수한 거울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적어도 전제조건은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나오는 사람들
헤라클레스: 민족 영웅
데이아네이라: 헤라클레스의 애인
포리비오스: 헤라클레스의 비서
아우기아스: 엘리스국의 대통령
필로이스: 아우기아스의 아들
이올레: 아우기아스의 딸
캄비세스: 외양간 머슴
리카스: 우편배달부
탄타로스: 서커스 단장
열 명의 의원들
두 명의 무대 인부들
출판사서평
38만 청년 실업시대,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도 취업난을 피할 수 없다. 실직자가 된 그는 빚을 갚기위해 동분서주한다. 외양간 쓰레기 치우기, 서커스에서 차력쇼 하기, 새떼 쫓기 등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일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뒤렌마트는 신화 속 인물들을 처절하고 남루한 현실로 끌고 들어옴으로써 존재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현대인의 지친 삶을 풍자한다.
옮긴이
황혜인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 대학에서 독문학마기스터 학위를 취득했다. 마인츠 대학을 졸업한 후에 독일 본 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동국대학교 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는 ≪뒤렌마트의 희비극≫(자연사랑, 2004), <알프레드 되플린과 헤르만 카삭 비교연구>, <그릴팔쪄 연구>, <괴테와 쉴러>, <레씽의 에밀리아 갈로티 연구>,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 연구> 외 다수가 있다. 역서로는 ≪천사 바빌론에 오다≫(책세상, 2007), ≪사포≫(박이정, 2005), ≪메데아≫(박이정, 2007)가 있다.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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