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 왕조의 종실로서 본명은 갱생(更生), 자는 자정(子政)이며, 간대부(諫大夫)·광록대부(光祿大夫) 등을 지냈으며, 명유(名儒)로 선발되어 석거각(石渠閣)에서 오경을 강론하기도 했다. 그는 경학·문학·천문학 등에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역대 전적을 교감·정리하는 데 힘을 기울여 중국 최초의 목록서인 ≪별록(別錄)≫을 완성했으며 그의 아들 유흠(劉歆)이 이것을 이어받아 ≪칠략(七略)≫을 완성했다. ≪별록≫과 ≪칠략≫은 모두 망실되었지만 ≪한서≫<예문지>의 바탕이 되었다. 저작에는 ≪열선전≫ 외에 ≪열녀전(列女傳)≫·≪신서(新序)≫·≪설원(說苑)≫·≪홍범오행전론(洪範五行傳論)≫·≪오경통의(五經通義)≫ 등이 있다.
해설
∙원전 상·하 2권에 실린 총 70조의 선인 전기 가운데 <열선전서(序)>와 <총찬(總讚)>을 제외한 본문 70조를 모두 옮기고 원문을 함께 실었습니다.
≪열선전(列仙傳)≫은 선인(仙人)의 행적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장생불사를 중심 주제로 한, 현존하는 중국 최초의 신선 설화집이자 신선 전기집이다. 계통적으로 잘 정리된 이러한 선화집(仙話集)의 출현에는 전대로부터 이어져 온 사회·사상적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신선’은 일찍이 전국시대에 나타났는데, ≪장자(莊子)≫에는 ‘신인(神人)’ 또는 ‘진인(眞人)’이라는 명칭으로 신선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가 들어 있다. 한편, 황제(黃帝)와 서왕모(西王母) 등 ≪산해경(山海經)≫의 신화적 인물들은 득도자로 서술되어 신화로부터 선화로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보여주며, 팽조(彭祖)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불로장생 고사가 당시에도 널리 퍼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밖에 제(齊)나라 위왕(威王)·선왕(宣王), 연(燕)나라 소왕(昭王)과 같은 제왕들은 사람을 바다로 보내 삼신산(三神山)을 찾게 하는 등 신선사상을 고무시킴으로써 방사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이러한 신선에 대한 탐색은 진(秦)나라에 이르러 더욱 심화되었다. 진시황(秦始皇)은 천하를 통일한 뒤 신선방술에 심취하여 ‘진인’이라 자칭하고 천하의 방사를 불러 모아 삼신산과 신선·불사약·불로초를 찾게 하고 박사들에게 <선진인시(仙眞人詩)>를 짓게 하는 등 구선(求仙)의 기풍을 크게 일으켰다. 따라서 선화의 창작도 이러한 기풍에 자극받아 날로 발전되었는데, 진나라 대부 완창(阮倉)은 수백 명에 달하는 선인의 사적을 기록한 ≪열선도(列仙圖)≫를 창작했으며 이것은 후대 ≪열선전≫의 창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漢)나라에 이르러서는 강력한 통일국가의 경제적인 번영을 기초로 황실에서 도가를 존숭하여 신선방사들이 우대받았는데, 특히 무제와 같은 황제는 신선방사 집단과 결합하여 구선 행위에 심취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구선’의 열풍에 휩싸이다시피 했다. 무제는 훗날 그 자신이 ≪한무동명기(漢武洞冥記)≫·≪한무고사(漢武故事)≫·≪한무내전(漢武內傳)≫ 등과 같은 소설 작품에 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화의 창작은 날로 흥성하여 수많은 문인방사들이 당시 세상에 유전되어 있던 선화를 대량으로 수집·정리하게 되었다. 그 후 서한 말에서 동한 초에는 진일보하여 의식적인 선화 창작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여 비교적 계통적이고 전형적인 선화 작품이 출현하게 되었다. ≪열선전≫은 바로 이러한 사회·사상적 배경 하에서 창작된 것이다.
≪열선전≫의 작자에 대해서는 종래로 제설(諸說)이 분분한데, 크게 서한(西漢)의 유향(劉向) 창작설과 후대인의 위작설로 대별할 수 있다. 이러한 제설을 종합해 보면, ≪열선전≫의 원작자는 유향이지만 금본(今本)은 후대인이 전사(傳寫)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탈자가 발생했을 것이고 그들에 의해 찬입(竄入) 된 부분도 많을 것이므로 원서의 면모가 상당 부분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유향(BC 77∼BC 6)은 한나라 왕조의 종실로서 본명은 갱생(更生), 자는 자정(子政)이며, 간대부(諫大夫)·광록대부(光祿大夫) 등을 지냈으며, 명유(名儒)로 선발되어 석거각(石渠閣)에서 오경을 강론하기도 했다. 그는 경학·문학·천문학 등에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역대 전적을 교감·정리하는 데 힘을 기울여 중국 최초의 목록서인 ≪별록(別錄)≫을 완성했으며 그의 아들 유흠(劉歆)이 이것을 이어받아 ≪칠략(七略)≫을 완성했다. ≪별록≫과 ≪칠략≫은 모두 망실되었지만 ≪한서≫<예문지>의 바탕이 되었다. 저작에는 ≪열선전≫ 외에 ≪열녀전(列女傳)≫·≪신서(新序)≫·≪설원(說苑)≫·≪홍범오행전론(洪範五行傳論)≫·≪오경통의(五經通義)≫ 등이 있다.
금본 ≪열선전≫의 체재는 상·하 2권에 총 70명의 선인 전기가 실려 있으며, 각 전기마다 4언 8구로 된 <찬(贊)>이 붙어 있고 전편의 말미에는 <총찬(總讚)>이 있다.
그 내용상 특성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열선전≫의 선인 명칭은 대부분 본명이 아니고 그들의 출신 지역, 신체적인 특징, 특이한 행적, 직업상의 특징 등에 의해 붙여진 것이다. 70명 중에서 역사상의 실존인물은 노자(老子)·여상(呂尙)·개자추(介子推)·범려(范蠡)·동방삭(東方朔)·구익부인(鉤翼夫人)의 6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64명은 모두 전설상의 인물이다. ≪열선전≫이 사전(史傳)의 ‘열전체’를 취하고는 있지만 그 등장인물은 대부분 역사적인 실재성에서 벗어나 민간에 유전되면서 형성된 비역사적인 허구성을 지니고 있다.
둘째, ≪열선전≫에 등장하는 선인의 시대적인 범위는 신농(神農) 때부터 서한 성제(成帝) 때까지다. 권상에는 주로 선진(先秦)까지의 인물이 실려 있고 권하에는 주로 한대의 인물이 실려 있다. 일부는 시대적인 순차가 어긋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신농·황제·요·하·은·서주·동주(춘추전국)·진·서한 순으로 시대적인 안배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인은 ‘승천’하거나 ‘결국에는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사실상 어느 시대로 한정한다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셋째, ≪열선전≫에 등장하는 선인의 출신지와 거처 및 활동 지역은 중국 전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도시·향촌·산간·강변·해변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 고래로 신선의 거처로 알려진 이른바 명산 오악(五岳)과 삼신산과 같은 전설상의 선산(仙山)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심산유곡(深山幽谷)은 수도하면서 선약과 단약을 얻거나 최후의 귀숙처(歸宿處)로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도시나 향촌에서도 병자 치료와 빈민 구제 등 선덕(善德)을 쌓아 성선(成仙)하는 경우도 보인다. 이것을 보면 성선하는 데에는 지역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열선전≫에 등장하는 선인의 신분은 왕공귀족으로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에 따른 직업적인 분포는 제왕·비빈·태자·부마 등의 왕족, 대부·관리·학자 등의 문인 사대부, 금(琴)·소(簫)·우(竽)·생(笙) 등의 연주에 뛰어난 음악가, 주살·부채·진주·신발 등을 제조·판매하는 수공업 상인, 양잠·양계·양어·양돈 등에 종사하는 목축인과 어부, 약초·단약을 채취·제조·판매하고 의술을 지닌 의약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 밖에 주모·산파·점술사·신기료장수·마경인(磨鏡人)·걸인 등도 있는데, 일부는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겸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보면 성선하는 데에는 어떠한 신분적인 제약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중에서 절대 다수의 선인은 일반 서민계층이며 이들이 종사한 생업도 서민적인 것인데, 이는 ≪열선전≫의 설화가 이미 민간에 널리 유포되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섯째, ≪열선전≫에 나타난 성선 방법은 외부적인 영향으로 이루어지는 전수(傳受)·승영물(乘靈物), 구체적인 육체 수련[養形] 방법인 복약법(服藥法)·벽곡법(辟穀法)·행기법(行氣法)·도인법(導引法)·방중술(房中術), 정신 수련[養神] 방법인 행선적덕(行善積德)·거삼시(去三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도가의 성선 방법이 대부분 들어 있어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그중에서 복약법이 전체 70조 중에서 39조를 차지하여 단연 주류를 이룬다.
‘전수’는 스승이나 어떤 선인으로부터 선술(仙術)을 전수 받거나 그들을 따라가 성선하는 경우와 잡은 물고기의 뱃속에 들어 있던 선서(仙書)로부터 선술을 전수받는 경우인데, 대부분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며 다시 육체 수련이나 정신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승영물’은 용·잉어·학·봉황 등 이른바 영수(靈獸)나 신어(神魚)를 타고 승선하는 경우인데, 이러한 동물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거나 옛날 자신을 길러준 보답으로 모시러 오기도 한다.
‘복약법’은 불사약으로 알려진 식물질 또는 광물질의 선약을 복용하여 성선하는 경우로, 특정한 약이나 음식을 복용하여 양생하는 복식법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불사 선약은 이미 ≪산해경≫에 그 기록이 보이며 전국시대를 거쳐 한대에 이르러 그 종류가 더욱 많아졌는데, 이때까지의 선약은 대량의 식물질과 소량의 천연 광물질이 대부분이었다. 인공적인 단약은 한대 이후에 점점 주류를 이루게 되어 진대(晉代)에서 그 중요성이 극대화되었다. ≪열선전≫에서도 총 39조에 언급된 선약 가운데 단약은 겨우 2조에 불과하여 이러한 시대적인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벽곡법’은 일체의 곡기를 끊는 단식법으로 대부분 복약법과 병행되어 나타나는데, 선약을 복용하면 곡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벽곡법은 이미 ≪장자≫에 언급되어 있어서 그 연원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행기법’은 체내의 탁기를 내뱉고 체외의 청기를 들이마셔 체내에서 순환시키는 일종의 호흡법으로, 외부의 물질을 빌려 성선을 꾀하는 복약법을 ‘외단법’이라 하는 것에 대하여 ‘내단법’이라고도 한다. 당대 이후로 광물질 선약의 중독 폐해가 심해짐에 따라 복약법 대신에 이러한 행기법이 모든 수련방법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열선전≫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취급되어 있지 않다.
‘도인법’은 육체의 관절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근육과 피의 순환을 순조롭게 하는 일종의 체조법으로, ‘내공’이라 불리는 호흡법에 대하여 ‘외공’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도인법은 벽곡법과 함께 복약법이나 행기법의 보조방법으로 많이 활용된다.
‘방중술’은 남녀가 성교할 때 정력을 소모하지 않고 반대로 상대방의 정기를 흡취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데, ≪열선전≫에는 “귀접이불시(貴接而不施)”(<노자전(老子傳)>)와 “양성교접지술(養性交接之術)”(<여환전(女丸傳)>)이라 표현되어 있다. 대부분 남성이 여성의 ‘음정(陰精)’을 흡수하여 자신의 ‘양정(陽精)’을 보양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여환전(女丸傳)>의 경우는 그 반대여서 이색적이다.
‘거삼시’는 성선을 방해하는 중요한 장애물인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제거하는 것으로 정신 수련의 일종이다. 즉 사람의 체내에서 내장을 해치고 그 사람의 잘못을 천상의 사명신(司命神)에게 보고하여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하는 상시[上尸: 팽거(彭倨)라고도 하며 뇌에 거주함. 보물(寶物)을 좋아함], 중시[中尸: 팽질(彭質)이라고도 하며 배에 거주함. 오미(五味)를 좋아함], 하시[下尸: 팽교(彭矯)라고도 하며 발에 거주함. 색욕(色慾)을 좋아함]의 삼시(삼팽)신을 제거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도가에서는 삼시를 혼령이나 귀신과 같은 무형의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나, ≪열선전≫에서는 괴밸병[瘕]의 병원(病源)으로 유형화되어 나타나고 있어서(<주황전(朱璜傳)>) 특이하다.
‘행선적덕’ 역시 정신 수련의 일종으로 선행과 덕행의 실천을 통하여 인격적으로도 완전함을 추구하는 것인데,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거나 병자를 대가 없이 치료해 주거나 잡힌 동물을 놓아주거나 잘 보살펴주는 일 등이 포함된다.
여섯째, ≪열선전≫에 등장하는 선인의 선술 또는 도술은 선인으로서 발휘하는 초월적인 능력을 말하는데, ‘불로장생’이나 ‘노이갱장(老而更壯)’과 같은 능력은 거의 모든 선인에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봉황·백학·적룡·적리(赤鯉) 따위의 영물과 풍우 등을 마음대로 불러들이거나 그것들을 탈 수 있는 ‘감소술(感召術)’, 미래의 일이나 홍수·기근·지진 등을 구체적으로 예언할 수 있는 ‘예언술’, 마음대로 하늘을 비상하거나 풍우와 연기 등을 타고 비행할 수 있는 ‘비행술’, 장이(長耳)·방목(方目)·장모(長毛)·무치(無齒)·무영(無影) 등의 ‘이형술(異形術)’,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사이갱생술(死而更生術)’, 신묘한 약이나 의술로 병든 사람이나 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치병술’, 아무것도 이용하지 않고 불이나 수은 따위의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물술’, 형체를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변형술’, 한여름이나 겨울에도 더위나 추위를 느끼지 않는 ‘내한열술(耐寒熱術)’, 물속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입수술’ 등이 들어 있다. 이 중에서 자연재난을 예언하여 많은 사람을 구제하거나 역병과 괴질에 걸린 병자를 치료하여 병마에서 벗어나게 해준 선인들은 나중에 그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 사당에 신으로 모셔져 경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역자 소개
김장환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와 미국 하버드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Visiting Scholar)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이다.
그동안 쓰고 번역한 책으로는 ≪중국문학입문≫, ≪중국문언단편소설선≫, ≪중국연극사≫, ≪중국유서개설(中國類書槪說)≫, ≪봉신연의(封神演義)≫(전5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세설신어(世說新語)≫(전3권), ≪고사전(高士傳)≫, ≪태평광기(太平廣記)≫(전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8권), ≪중국역대필기(中國歷代筆記)≫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에 관한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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