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낭 드 소쉬르 Ferdinand de Saussure(프랑스, 1857~1913)
소쉬르는 1857년 11월 26일에 스위스 주네브에서 태어나 1913년 2월 22일에 운명을 달리 했다. 그의 일생은 학문의 구도자로서 외길을 걸은 것뿐이다. 우선 독일 시기를 보면 1876∼1878년에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세기적 저서인 ≪인도유럽어 원시 모음체계에 관한 논고≫(1878)와 박사학위 논문 <산스크리트어 절대 속격의 용법>(1880)이 있다. 다음으로 파리 시기는 주로 파리 고등연구원에서 게르만어 비교문법, 그리스어와 라틴어 비교문법을 강의했다. 주네브 시기는 1891년 11월 주네브 대학의 인도유럽어 비교역사언어학과 산스크리트어 교수로 임명되면서 시작된다. 1896∼1910년에는 그리스어,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비교역사문법을 강의했고, 1896∼1912년에는 게르만어 비교문법, 1912∼1913년에는 게르만어 비교문법 및 니벨룽겐을 강의했고, 게르만 전설을 연구했다. 일반언어학 강의는 3차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1907년 1월부터 1차 강의, 1908∼1909년에 2차 강의, 1910∼1911년에 3차 강의를 했다. 이 책은 이 강의를 선별, 편집한 것이다.
해설
∙ 이 책은 Ch. Bally, A. Sechehaye (éds.), Cours de Linguistique Générale, (Paris: Payot, 1916)의 편집본과 Tullio de Mauro (éd), Cours de Linguistique Générale, (Paris: Payot, 1972)의 편집본을 저본으로 하여 발췌, 번역한 것입니다.
∙ 이 책은 전체 분량의 35% 정도를 발췌하였습니다.
≪일반언어학 강의≫(이하 ≪강의≫)는 소쉬르가 만년에 주네브 대학에서 3차에 걸쳐 강의한 노트들을 바이와 세슈아예가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하여 출간한 것이다. 1907년 1월에 시작된 1차 강의는 비판적 수용단계로서 기존 언어학의 용어를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기호’나 ‘가치’ 등의 공시, 일반언어학과 관련된 용어는 가능한 한 피했다. 소쉬르는 통시언어학에 관한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했지만 시간 부족으로 차후 완전한 강좌의 대상인 정태언어학 강의를 포기한다. 주로 인도유럽어의 내외 역사와 비교문법의 일반적인 문제에 관해 개관하고, 역사비교언어학적 주제(음성변화, 유추, 재구, 비교방법 등)를 비판했다.
1908∼1909년의 2차 강의는 재해석과 방법적 모색의 단계로서 서론은 소쉬르의 언어학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해설이다. 리들링제(Riedlinger)의 필사원고 426쪽 중 343쪽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주제는 인도유럽언어학이다. 일반언어학적 주제로서 공시언어학과 통시언어학, 인도유럽언어학과 일반언어학의 문제를 다루었고, 인도유럽어학에서 언어학자들이 제기한 문제들과 그 해결방법을 인식하는 것이 ‘언어학에 대한 철학적 강의를 위한 준비’로 보았다.
1910∼1911년의 3차 강의는 새 패러다임을 구축하여 소개한 강의로서 소쉬르의 사고를 보여주는 가장 충실한 강의이며, ≪강의≫에 없는 내용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언어(langue)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론적 성찰을 자세히 논의하고, 기호, 단위, 가치, 자의성, 정태언어학 등의 일반 공시언어학적 성찰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언어철학적인 인식론을 이 강의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3차에 걸친 강의를 받아 적은 제자들의 노트에 기초하여 바이와 세슈아예가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해서 출간한 것이 ≪강의≫다. 비록 3차 강의의 중요 부분들이 충실히 반영되지 못했고, 편집자들이 자기 방식으로 해석한 부분들이 없지는 않으나, 이 책은 서구 사상사와 인문학적 성찰에 큰 영향을 미쳤고, 현대언어학은 이 패러다임에 기초해 있다. 소쉬르는 언어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나아가서 20세기 유럽사상사의 한 축을 형성한 인물이다. 마르크스(K. Marx)가 사회경제사의 큰 흐름의 방향을 제시하고, 프로이트(S. Freud)가 인간심리의 숨겨진 무의식(無意識) 세계를 발견했을 때 소쉬르는 인간정신과 문화의 매개이자 담지자인 언어의 과학적 탐구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시기의 과학 패러다임(paradigme)을 추구했다. 그가 20세기에 인문과학에 미친 영향의 역사적 의미는 구조주의(structuralism)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데 있다. 구조주의의 출현은 현대과학사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유럽의 구조주의학파들은 ≪강의≫에 제시된 혁신적인 언어이론과 인식론, 철학적 성찰을 수용하여, 각기 독자적으로 연구관점과 대상, 방법론을 쇄신시켜 학적 체계를 재구성하여 발전을 도모했다. 따라서 구조적 인식, 즉 구조의 틀 내에서 사고함으로써 과학의 제반 영역에서 숨겨진 보이지 않는 원리와 법칙을 발견하려는 인식과 과학적 절차를 제시한 공적은 바로 소쉬르에게서 유래한다. 인문학의 제반 영역, 즉 언어학을 비롯하여, 인류학, 문학, 철학, 정신분석학, 해석학, 기호학, 사회학과 같은 학문들이 경이적으로 발전한 것도 구조적 패러다임 덕택이었으며, 이는 후기 구조주의에서 그 절정에 도달했다. 학계와 대중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강의≫에서는 기존 언어학의 원자론, 특히 당시에 지배적이었던 소장문법학파의 원자론이 구조언어학의 체계적인 보편주의에 의해 극복되는 패러다임 교체의 증거를 볼 수 있다. 실제로 ≪강의≫에 나타난 핵심적인 개념과 원리, 방법은 학계의 연구방향 전환에 획을 그었다.
대부분의 학자들과 지식인들은 그의 사후(死後) 저서 ≪강의≫에 근거하여 그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쉬르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사후 저서는 그의 진정한 의도와 사상을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강의≫는 소쉬르가 자신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확고하게 구축한 시점에서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사후에 제자들의 강의노트에 기초해서 편집된 것이어서, ≪강의≫에는 해석상 모순되는 듯하고 적용하기 어려운 상반된 원리들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소쉬르 연구자들은 소쉬르가 직접 쓴 필사본 원고와 노트에 입각하여 그의 사상과 이론, 방법적 개념과 원리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재구성했다.
학자들은 소쉬르의 사상과 학적 이론의 토대를 이뤄 그로 하여금 구조주의 일반언어학의 창시자로 간주되게 한 것은 ≪강의≫가 아니라 역사비교언어학을 연구하던 젊은 시절에 발표한 ≪인도유럽어 원시 모음체계에 관한 논고≫라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그의 공시 구조주의 사상의 연원이 인도유럽어 역사비교언어학이라는 것은 정말 놀랍다. 이는 일반인들의 지적 상식에는 반하며, 그의 사상과 이론의 궤적을 따라 탐색하고, 연구해야만 의문이 풀리는 역설이다. 흔히들 구조주의는 소쉬르의 공시 일반언어학적인 원리에서 명확한 틀을 찾지만 그의 구조적 일반언어학의 인식론과 방법 자체는 저서에서 이미 방법론적 틀과 타당성,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후대의 학자들의 실증적 연구에 의해 검증, 확증되었다.
이 편역본은 원전을 새로이 번역한 것으로서 다음의 두 편집본을 이용하였다.
Ch. Bally, A. Sechehaye (éds.), Cours de Linguistique Générale, (Paris: Payot, 1916)
Tullio de Mauro (éd.), Cours de Linguistique Générale, (Paris: Payot, 1972)
이 편역본은 이 기획출판의 의도로 인해서 원전의 일부만을 번역했다. 특히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이 널리 인용하거나 가장 관심을 가진 <서론>, <일반원리>, <공시언어학>의 세 부분을 주로 다루었고, 원서의 편집자 <서문>을 덧붙였다. 이 <서문>을 통하여 원서 편집본이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졌나를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통시언어학>, <언어지리학>, <회고언어학> 등의 역사적인 연구에 대한 강의는 번역하지 않았다. 그 주된 이유는 이 부분을 정확히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유럽언어학 및 역사비교언어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필요한데, 많은 고전어들과 고어들에 대한 이해와 역사비교언어학에 대한 방법적 원리 및 개념들의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강의≫ 전체의 분량 303쪽(서문 및 여백장 제외) 가운데 214쪽이 역사언어학을 다루고 있고, 92쪽이 일반론 및 공시언어학이다. 그리고 공시언어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많은 사례와 원리들을 역사언어학에서 차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독서도 권한다. 곧 전체 저서에 대한 번역이 나오면 참고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서론과 1, 2부에서도 독서에 큰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편집자주 등을 삭제한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로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 원전에 나오는 상호 참조 쪽수는 이 편역본에 번역된 부분을 지시하면 표시하였고, 나머지는 이해에 필수적이 아닌 경우 생략했다. 독서에 참고하기를 바란다.
이 편역본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번역 문체를 강의록이라는 점에 맞추어 ‘~습니다’의 구어 형식의 문체를 사용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읽기에 보다 편하리라고 생각된다. 둘째로 원문에 거의 충실하게 따랐다는 점이다. 가능한 한 원문의 틀을 벗어나지 않되 한국어의 자연스런 논리에 맞추어 번역했다. 마지막으로 용어, 인명 등은 원어와 한자어를 병기하여 이해를 쉽게 하였다. 특히 langage는 ‘언어활동’으로 일반적으로 번역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를 ‘인간언어’로 번역하였다. 문맥상 혼란이 있는 경우는 원어를 병기하거나 ‘인간의 언어활동’으로 번역한 곳도 더러 있다. langue는 ‘언어’로, parole은 ‘발화’, discours는 ‘담화’로 번역했으며, signifie, signifiant은 각각 ‘기의’와 ‘기표’로 번역했다.
아쉬운 점은 언어들의 예를 그 의미를 일일이 번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시 분량 제약 때문이었는데 독자들의 독서에 방해가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후에 출간될 전체 완역서에서 찾아보기를 바란다.
소쉬르 제자들의 노트원고의 원본 편집본은 다음과 같다.
E. Komatsu (ed.), Saussure's Third Course of Lectures on General Linguistics (1910∼1911), (London: Pergamon Press, 1993): R. Harris (trans.), the Notebooks of Emil Constantin.
E. Komatsu (ed.), Saussure's First Course of Lectures on General Linguistics (1907), (London: Pergamon Press, 1996): G. Wolf (trans.), From the Notebooks of Albert Riedlinger.
E. Komatsu (ed.), Saussure's Second Course of Lectures on General Linguistics (1908∼1909), (London: Pergamon Press, 1997): G. Wolf (trans.), From the Notebooks of Albert Riedlinger and Charles Patois.
최근에 출간된 소쉬르가 직접 쓴 일반언어학에 관한 글(ecrits)을 모은 책은 다음과 같다.
S. Bouquet, R. Engler (éds.), Ecrits de Linguistique Générale par F. de Saussure, (Paris: Gallimard, 2002) ≪일반언어학 노트≫(김현권·최용호 옮김, 인간사랑, 2007)
한국어 번역판으로는 다음의 두 가지가 있다.
≪일반언어학 강의≫(오원교 옮김, 형설출판사, 1973)
≪일반언어학 강의≫(최승언 옮김, 민음사, 1990)
차례
해설 ······················· 7
지은이에 대해 ·················· 15
초판 서문 ···················· 19
서론 ······················ 15
언어학사를 간단히 살펴보기 ············ 29
언어학의 주제와 과제, 인접과학들과의 관계 ····· 36
언어학의 대상 ·················· 40
언어의 언어학과 발화의 언어학 ·········· 61
제1부 일반원리 ················· 67
언어기호의 성질 ················ 69
기호의 불변성과 가변성 ············· 78
정태언어학과 진화언어학 ············ 94
제2부 공시언어학 ················ 117
개요 ····················· 119
언어의 구체적 본체 ··············· 122
동일성, 실체, 가치 ··············· 129
언어 가치 ··················· 137
통합관계와 연합관계 ·············· 157
언어의 메커니즘 ················ 166
문법에서 추상적 본체의 역할 ·········· 173
옮긴이에 대해 ················· 178
작품 중에서
il faut se placer de prime abord sur le terrain de la langue et la prendre pour norme de toutes les autres manifestations du langage.
우선 무엇보다도 언어(langue)라는 영역에 위치해서 이 언어를 인간언어의 다른 모든 현상들에 대한 규범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옮긴이
김현권은 1975년에 서울대 문리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파리 7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2002년에는 파리 13대학 전산언어학연구소에서 연구했다.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 불어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역서로는 벤베니스트의 ≪일반언어학의 제문제≫(1988), ≪인도유럽사회의 문화제도 어휘연구 1, 2≫(1999), 메이예의 ≪역사언어학과 일반언어학≫(1997), 바르트부르크의 ≪언어학의 문제와 방법≫(1993), ≪프랑스어 발달사≫(2000),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노트≫(2007), 편역서로는 ≪소쉬르의 현대적 이해를 위하여≫(1998), ≪페르디낭 드 소쉬르 비판과 수용: 언어학사적 관점≫(2002)이 있고, 논문으로는 <소쉬르와 역사언어학의 전통>(1998), <Saussure의 ‘인도유럽어 원시 모음체계 논고’와 ‘일반언어학 강의’의 방법론적 비교>(2008), <어휘의미지식 표상의 방법: 한국어 ‘사다/팔다’의 프레임 의미론적 접근>(2003), <동사의 다의와 전자사전에서의 표상>(2004) 등이 있다.
편집자 리뷰
구조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소쉬르가 주네브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기록하고 편집한 책이다. 소쉬르의 사상과 연구 성과는 언어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제반 영역에 걸쳐 커다란 획을 그었다고 평가 받는다. 모든 언어를 구조적 틀 내에서 바라봄으로써 보이지 않는 법칙과 원리까지 발견하려는 소쉬르의 연구 방법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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