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우瞿佑 (중국, 1347∼1433)
『전등신화』는 원말명초의 학자 구우(1347~1433)가 창작하였다. 그는 자를 종길, 호를 존재라 한다. 절강성 전당(지금의 중국 항주) 출신으로 학식도 풍부하고 문필에도 능하여 14세 때 이미 문명을 사방에 떨쳐 당시 대 문장가였던 양유정의 인정을 받았다. 태조 홍무연간에 인화․임안․의양 등지의 훈도로 있다가 성조 영락 초에 주왕부의 우장사를 지냈으나, 무자년에 견책을 당하여 섬서성 보안으로 귀양 갔다.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하고 홍희 초년 비로소 영국공 장보의 주청으로 석방되어 원직에 복직하였고 한때 내각판사로 있었다. 그리하여 3년 동안 영국공가의 숙사 생활을 하고 지내면서 예우를 받다가 선종 선덕 3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동왕 8년에 87세의 생을 마감한다. 저작으로는 『전등신화』 외에도 『귀전시화』, 『존재시집』, 『악부유언』, 『춘추귀주』, 『여청곡』 등이 있었다고 중교 서문에 전하지만 확인할 수 없다가 최근 그 중에서 『악부유언』이 중국 남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음이 확인됨으로써 그의 많은 작품들이 후대에 들어 간행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열조시집』, 『명시기사』 등에 그의 시가 실려 있기도 하다.
해설
- 번역의 조선 목판본 <剪燈新話句解>(1559) 원전으로 을 사용했습니다.
현전하는 최고본으로, 현재 규장각(奎章閣)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전등신화』를 전기소설(傳奇小說)이라고 하고 있다. 전기란 명칭은 중국문학사상 당대 이후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어 왔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기소설이라 할 때는 곧 당대소설 내지는 그 계통의 소설작품을 가리키는 말로 정착되었다. 당대의 전기소설에는 소재면에서 육조시대의 지괴류(志怪類)를 이어받은 점이 많으나 시대상을 반영시킨 새로운 호협류(豪俠類)나 염정류(艶情類)가 등장되면서 표현이나 기교면에서도 당시(唐詩)의 난숙함과 고문(古文)의 리얼한 정신을 잘 살려 내고, 여기에 불우한 문인들의 온권(溫卷) 풍습이 훌륭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유능하면서도 불우했던 작가들의 낭만정신의 발로야말로 거기에는 꿈과 환상이 있고, 재도(載道)의 굴레를 벗어나 예술적 가치를 창조하는 쪽으로 기울면서 단편소설로서의 문학적 지위를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당대를 대표하는 이백과 두보 등이 새로운 시적 경지를 수립했다면 이공좌와 백행간 등은 전기소설로서 새로운 소설의 세계를 개척했던 인물이다.
『전등신화』는 이러한 전기소설의 전통을 계승하여 당시에 유행하던 기괴한 내용들을 소재로 하여 창작된 명대의 대표적인 문언 소설이다. 『전등신화』의 ‘전등(剪燈)’이란 말은 이야기가 하도 재미있어 밤늦도록 등불을 켜놓고 책을 읽어가다가 등불 심지가 다 타서 불빛이 희미해질 즈음이면, 심지를 돋운 다음 해가 나지 않게 가위로 그 끝을 잘라 다시 불빛을 밝게 해가며 읽어간다는 뜻이다. 그 책의 내용은 현세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불우한 삶을 사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요괴․괴물․용궁․도불 등을 만나 발생하는 기이하고 흥미진진한 비현실적 세계를 다루고 있다. 거기에 남녀 간의 애정의 문제를 다루어 표면상으로는 낭만적 경향으로 치우치지만 그것은 인도주의의 발로로 인한 인간평등의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한 것이라 할 것이며, 인간과 귀신이 서로 교유하는 문제를 다루어 얼핏 보면 괴기적 경향으로 치우치는 면도 있지만 그것은 인간과 괴리된 별개의 귀신이 아니라 인간화된 귀신을 다룸으로써 결코 인간의 문제를 벗어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장사성의 반란 속에서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는 일반 민중들의 고뇌와 현실적 모순을 그렇게 형상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구우는 중국 절강성 전당 출신의 원말명초의 학자로 학식도 풍부하고 문필에도 능하여 일찍부터 문명을 사방에 떨쳤던 인물로 많은 저작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전하지 않는다. 그는 평생토록 결코 편안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의 활동시기인 원말명초는 중원지역이 전란에 휩쓸려 대다수 민중들이 유랑의 삶을 지내야 했으므로 그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을 것이며 중년 이후는 18년 간 귀양살이를 했으므로 결코 평탄한 삶을 지냈다고도 볼 수 없다.
이런 시대적 상황 하에서 1378년에 창작된 『전등신화』는 애초 40권이나 되는 방대한 내용이었던 듯하나, 대부분 사라지고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것은 총 21편이다. 그중 <추향정기>만은 다른 작품과 달리 부록으로 붙어 있고 발문까지 있어 나중에 편입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이렇게 『전등신화』는 유통 당시부터 많은 와전이 있게 되었다가 가까스로 1421년에야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중교본이 간행되기에 이른다.
15세기 이후 중국에서는 많은 간본이 간행되어 유포되면서 『전등여화』를 비롯한 다수의 소설 창작에 영향을 주기에 이르고 특히 한국, 일본, 월남 등 동아시아 각국에서 이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아 창작된 우수한 작품들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조선조 문단에 『전등신화』가 유입된 것은 창작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초 『금오신화』를 창작한 김시습(1435~1493)은 그가『전등신화』를 읽고 난 감동을 하나하나 적어놓은 ‘제전등신화후’(題剪燈新話後)라는 글을 남겼는데 이 시기 이전에 이미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은 『전등여화』가 <용비어천가>에 언급된 바 있어 『전등신화』는 이보다 먼저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것이다. 이 시기는 이미 우리에게「수이전(殊異傳)」이라는 전기소설집이 있었고 특히 전기문학의 틀을 완전하게 갖춘 <최치원>이란 작품이 창작되어 있었다. 뿐만아니라 『태평광기』나 『설부』같은 전기소설을 수록한 총서류가 이미 독서계에 유입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일정한 문학적 수준을 갖춘 작품을 창작하고 감상코자 하는 토대와 열의가 이미 갖춰진 상태에서 같은 성격의 『전등신화』가 유입된 것이다. 그러자 『전등신화』의 전기성이나 환상성이 가져다주는 문예 미학적 감동은 더욱 증폭되면서 이후 조선 문단을 압도해 버리고 만다.
연산군은 중국에 가는 사신에게 『전등신화』를 무역하고 간행할 것을 명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읽고 대화중에 인용하기도 했다. 더구나 윤춘년과 임기라는 분은 『전등신화』의 한 구절 한 구절에 주석을 붙인 『전등신화구해』라는 책을 간행하게 되는데 이 책은 조선의 식자층에 가장 널리 읽힌 책이 되었다.
이 책이 이렇게 유행하게 된 데는 아마도 남녀 간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애정소설로서의 긴박성이나 인간욕망을 구현해 줄 괴기적 환상성 등이 소설로서의 흥미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그밖에 이 속에 담겨진 다양한 문체나 무려 150여 편의 서책과 60여인의 시문이 참고 되고 있음으로써 조선전기에 유입되어 읽힌 관련 서적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주석서로나 삽입문에 사용된 미려한 문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 가치까지 지님으로써 선비들이나 서리들의 글공부에 이보다 더한 서책이 없었기에 결국 조선조 최고의 애독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여겨본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경사스런 수궁의 잔치 水宮慶會錄
복 받은 삼산의 땅 三山福地志
화정에서 만난 옛 친구 華亭逢故人記
금빛 봉황새 비녀 金鳳釵記
연방루에서 나눈 사랑 聯芳樓記
영호생이 꾼 저승 꿈 令狐生冥夢錄
천태산에 숨어 사는 사람 이야기 天台訪隱
등목이 술이 취해 노닐던 취경원 縢穆醉遊聚景園記
모란등 이야기 牡丹燈記
기이한 만남 渭塘奇遇記
부귀를 관장하는 저승 이야기 富貴發跡司志
영주의 야묘에서 생긴 일 永州野廟記
신양동에서 생긴 일 申陽洞記
애경의 슬픈 이야기 愛卿傳
취취의 슬픈 사랑 이야기 翠翠傳
용당 귀신들의 모임 龍堂靈會錄
태허전 사법 이야기 太虛司法傳
수문부 사인 이야기 修文舍人傳
감호에서 밤에 뱃놀이 한 이야기 鑑湖夜泛記
푸른 옷을 입은 여인 綠衣人傳
추향정에서 생긴 일 秋香亭記
본문중에서
使多情者覽之, 則章臺柳折, 佳人之恨無窮,
仗義者聞之, 則茅山藥成, 俠士之心有在.
다정한 사람에게 이글을 보게 하면 장대(章臺)의 버들 꺾듯이 가인(佳人)의 한을 무궁하게 할 것이고,
의로운 사람에게 이 글을 듣게 한다면 모산(山)의 약(藥) 구하듯이 협사(俠士)의 마음이 있게 할 것이다.
옮긴이
정용수는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를 거쳐,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고전문학 전공으로 문학석사 및 문학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2000년부터 U. C. Berkeley, Institute of East Asia Studies에서 1년간 Visiting Scholar를 지냈다. 현재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역서로 ≪후탄선생정정주해 서상기≫(국학자료원, 2006), ≪剪燈新話句解≫(푸른사상, 2003), ≪봉성에서≫(국학자료원, 2001), ≪고금소총 명엽지해≫(국학자료원, 1998), ≪국역 소문쇄록≫(국학자료원, 1997) 외에 다수의 논문이 있다.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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