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레르몬토프 Михаил Ю. Лермонтов (러시아, 1814 ~ 1841)
유리예비치 레르몬토프는 19세기 러시아 낭만주의 작가들 중에서 낭만주의를 가장 잘 표현했을 뿐 아니라, 산문에 있어서 낭만주의적 수법과 리얼리즘적인 수법을 결합시킴으로써 러시아 리얼리즘의 발전에 공헌을 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하일 유리예비치 레르몬토프는 서구의 낭만주의자들인 바이런, 위고, 뮈세, 드 비니 등과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의 영향 하에 러시아적 바이러니즘을 완성하였을 뿐 아니라, 거기에 머물지 않고 자신 속에 내면화한 바이러니즘의 허구성을 냉철하게 조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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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년에 태어나 1841년에 27세의 나이로 요절한 레르몬토프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비극적인 생애를 살았다. 세 살이 되기 전에 어머니를 잃고, 러시아의 명문가인 스톨리핀가의 후손인 외할머니의 절대적인 사랑 속에서 성장한 그는 청소년기에 이미 280여 편에 가까운 시를 쓴 문학 소년이었다. 모스크바대학에서 교수에 대한 불경한 행동으로 퇴학을 당한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근위사관학교에 입학하지만, 이 선택이 그의 죽음을 앞당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1837년 1월 29일에 시대의 양심으로 여겨지던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이 프랑스의 망명자 단테스와의 결투로 사망하자, 레르몬토프는 그 죽음을 애도하는 <시인의 죽음>을 단숨에 써내려가고, 이 시는 곧 상트페테르부르크 전역에 퍼진다. 주콥스키, 뱌젬스키, 크라옙스키와 같은 당대의 시인들은 그 시를 읽고 푸시킨의 뒤를 이을 천재적인 시인이 탄생했다고 기뻐한다. 그러나 레르몬토프는 시인을 살해한 황제 중심의 권력층과 그 주변인들을 후대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시구를 담은 마지막 연의 16행으로 인해 황제를 비롯한 권력층의 분노를 사게 된다. 이 후 레르몬토프는 카프카스로 유형 길에 올라 체첸인들과의 전투에 참여하게 되는데, 전역하여 전적으로 문인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그의 계획은 황제에 의해 번번이 거부당한다. 결국 말년에 주옥같은 시들과 대표작인 서사시 <악마>, ≪우리 시대의 영웅≫ 등을 남기고, 27세의 나이에 근위사관학교 동급생이었던 마르티노프와 사소한 시비 끝에 결투를 벌여 허망하게 사망한다.

 

해설         
국내 최초 번역입니다.

이 책의 원전으로 1959년 러시아의 대학자 보리스 에이헨바움이 편집하고 소비에트 아카데미 출판사가 총 4권으로 출간한 레르몬토프 전집 중 제4권에 수록된 판본을 사용했습니다.

미완성 소설 ≪리곱스카야 공작부인≫ 제1장, 제2장, 제3장, 제5장은 약 80%, 제4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은 40%에서 약 50%를 발췌해서 번역했습니다.
레르몬토프의 유일한 완성 소설 ≪우리 시대의 영웅≫은 약 80%를 발췌해서 번역했습니다.

미하일 유리예비치 레르몬토프는 러시아인들이 푸시킨 다음으로 꼽을 정도로 깊이 사랑하는 시인이다. 레르몬토프의 중심 테마는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목적에 관한 존재론적인 문제, 부조리로 가득한 인간 세계에 대한 끝없는 회의와 달성할 수 없는 완벽과 완전에 대한 영원한 갈망, 그리고 영원한 조화와 안식에 대한 희구였다. 레르몬토프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폭발적인 영혼의 에너지를 지녔지만, 그 힘을 어디에 분출시킬지 몰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파괴적인 영향력만을 행사하다 허망하게 사라지고 마는 시대적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전달하고, 그 영혼이 느끼는 갈망과 우수를 때로는 맑고 때로는 통렬하기까지 한, 호소력 강한 시어로 담아냄으로써 깊은 공명을 자아낸다.

 레르몬토프는 러시아 민족의 승리는 이미 과거로 묻히고, 1825년 데카브리스트 반란의 진압 이후 숨 막히는 니콜라이 1세의 헌병정치의 억압 속에서 젊은 지성들이 사회적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 음울하게 시들어가야만 했던 시절에 청년기를 보낸 인물이었다. 레르몬토프는 삶의 전선에 나서자마자 사회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어둠을 목도하고 사회와 삶, 세계 구조 자체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좌절한 시인이었다.

 이런 그의 절망과 환멸, 염세주의는 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불화 가운데 성장한 그의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과도 연결된다. 레르몬토프는 예민한 청소년기에 명망 있고 부유한 스톨리핀 가문의 후예인 외조모 아르세니예브나와 스코틀랜드에 뿌리를 둔 한미한 귀족 출신인 부친 유리 레르몬토프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성장했다. 레르몬토프는 절대적인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외조모와 한미한 귀족이라는 이유로 박대를 당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일이 왕왕 있었고, 이러한 현실로 인해 그는 깊은 좌절과 우수를 체험했다. 청년이 되어 사교계를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레르몬토프는 자신의 한미한 출신으로는 사교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한 번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는 부친의 가문에 대한 왜곡된 자부심과 더불어 열등의식을 지니게 되었고, 이것이 청년기의 반항심으로 이어지면서 내성적이면서도 비타협적인 성격으로 발전하였다. 그의 유명한 ‘신랄한 독설’ 또한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로 인해 그는 긍정적이며 밝고 미래 지향적인 푸시킨과는 달리 회의적이고 어둡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나타나게 된다.

 레르몬토프는 푸시킨과 마찬가지로 서정시를 비롯하여 서사시, 드라마, 소설 등 각 문학 장르에 걸쳐 작품을 쓰고, 각 장르에서 유명한 걸작들을 남긴다. 유명한 서정시로는 <시인의 죽음>, <자신을 믿지 마라>, <세 그루의 종려나무>, <기도>, <지루하고 슬프다>, <조국>, <얼마나 자주 현란한 군중들에 둘러싸였던가>, <유언>, <나 홀로 길을 나선다> 등이 있고, 드라마로는 <가면무도회>, 서사시로는 <악마>와 <견습 수도사>, 소설로는 ≪우리 시대의 영웅≫을 걸작으로 남겼다.

 레르몬토프는 미완성 소설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을 1836년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837년 1월경에 중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은 레르몬토프 생전에 출판되지 못하고, 1882년에 문학잡지 <러시아 소식(Русский Вестник)> 1호에 처음 발표되었다. 본 편역서는 1959년 러시아의 대학자 보리스 에이헨바움이 편집한 소비에트 아카데미 출판사의 4권짜리 레르몬토프 전집 제4권에 수록된 판본을 원본으로 사용했다. 옮긴이가 원전에서 직접 번역했는데, 제1장, 제2장, 제3장, 제5장은 80% 이상 번역했다, 크게 삭제한 부분은 주인공들의 대화 부분으로 대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는 방식을 취했다. 같은 방식으로 제4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을 40%에서 50% 정도로 축약 번역했다. 이 작품에는 전지적 서술자가 외모와 전기, 실내 인테리어, 행동 등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주인공의 형상을 전형으로서 구축하고자 한 노력이 두드러진다. 그러므로 옮긴이는 위의 부분들을 최대한 살려 번역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리곱스카야 공작부인≫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레르몬토프가 끊임없이 사교계의 인물들과 세계를 하나의 전형으로서 보편화해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주인공 페초린이 네구로바를 유혹하는 것도 최초로 사교계에 등장한 신참이 세상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보편적 방식 중 하나로 해석되고, 네구로바의 삶 또한 사교계의 아가씨가 노처녀가 되어가는 보편적 과정으로 해석되며, 무도회의 인물들, 극장 앞의 인물들에 대한 캐리커처 또한 페테르부르크 사회 전체의 미니어처로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가 끊임없이 천착하는 부분은 객관성과 일반화였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이러한 요소들에 지극히 낭만주의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다. 자신의 특별함을 인식하고, 열정적이고 야망은 있지만, 현실에 좌절하여 폭풍 같은 분노를 삭이면서 살아가는 가난한 귀족이자 관리인 크라신스키, 타인들에 대해 우월감을 갖고 약간은 냉소적이며 지적인 장교 페초린, 그리고 범상치 않은 내면을 간직한 열정적인 여인 베라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이 그런 요소들이다. 그런데 이 지극히 낭만주의적인 주인공들이 서술자에 의해 때로는 지극히 제한된 시점에서 묘사되곤 한다. 예를 들면, 페초린이 안락의자에 앉아 얼굴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서술자인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부분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 서술자는 때로 자기 마음대로 독자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장면의 전환과 이야기의 전환에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관리 크라신스키에 대한 묘사에서는 일상의 추한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고골의 수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이 작품은 연애소설과 자연파적 수법, 낭만주의적 수법과 리얼리즘적 수법, 1인칭 서술시점과 3인칭 서술 시점이 일관성 없이 혼용되다가 중단된다. 어쨌든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형상을 객관적 관찰의 결과로서 구축하고자 하는 리얼리즘적 서술의 기법을 최초로 시도한 작품이라는 데 의의가 크다.

 레르몬토프의 유일한 완성 소설 ≪우리 시대의 영웅≫은 1840년에 단행본으로 출판되고, 1841년에 저자 서문이 덧붙여진 채 재출간되었다. 본 편역서는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이 수록된 동일 판본을 원본으로 사용하였고, 편역자 자신이 원본에서 직접 번역하였다. 각 노벨라들을 70%에서 80% 정도로 발췌했고, 내용을 연결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간단하게 언급하거나 요약하는 식을 취했다. <따만>의 경우는 원작 자체의 완벽에 가까운 완결성으로 말미암아 95% 이상 번역하였다. ≪우리 시대의 영웅≫에서는 주인공 페초린의 내적 고백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각 노벨라마다 주인공의 고백 부분의 번역에 충실하고자 했다.

 ≪우리 시대의 영웅≫은 레르몬토프의 유일한 완성 소설로서 1830년대에 등장한 ‘단편소설 모음’의 장르에 속한다. 기존의 ‘단편소설 모음’ 장르에서는 각 단편이 서로 다른 서술자를 지니고, 플롯상 상호 관련이 없는 사건들을 다루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시대의 대표자인 한 주인공을 외면 시점에서 내면 시점으로 조명하여 논리적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천재적이고 획기적인 측면이 있다. 서술의 차원에서도 1인칭 시점을 일관되게 사용하여, 관찰과 고백이라는 서술의 노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낭만주의적 소설기법과 사실주의적 소설기법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레르몬토프는 페초린을 통해 니콜라이 1세 치하에서 에너지를 어디에 사용할지 모른 채 타인의 삶에 파괴적인 역할만을 하는 시대적 주인공의 모습뿐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의도적이든, 의도적이 아니든 악행만을 거듭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 죄악과 그것에서 오는 인간의 절망과 우수를 잘 표현한 형이상학적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주인공의 고백을 담은 이 작품은 19세기 후반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로 대변되는 러시아 심리소설의 선구라고 볼 수 있다.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은 이미 국내에 번역본으로 소개된 적이 있지만,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은 러시아 문학에서 소설사적으로 보았을 때 대단히 중요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미완성작이라는 이유로 소개된 적이 없었다. 지만지 고전천줄의 기획으로 이 작품을 발췌의 형식으로나마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레르몬토프 전공자로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리곱스카야 공작부인
우리 시대의 영웅·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жесты его были отрывисты, хотя часто они выказывали лень и беззботное равнодушие, которое теперь в моде и в духе века… и в свете утверждали, что язык его зол и опасен… ибо свет не терпит в кругу своём ничего сильного, потрясающего, ничего, что бы могло обличить характер и волю; - свету нужны французские водевили и русская покорность чуждому мнению.

그의 몸짓은 요즘 시대의 정신이자, 유행인 나태함과 태평한 무심함을 자주 드러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절도가 있었다… 사교계에서는 그의 말에 독이 있고, 그의 혀는 위험하다고들 했다…. 왜냐하면 사교계는 성격과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강한 것, 충격적인 것은 무엇이든 참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교계에 필요한 것은 프랑스의 보드빌과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러시아식 공손함이다.

--- 리곱스까야 공작부인 ----


Герой нашего времени, милостивые государя мои, точно, портрет, но не одного человека: это портрет, состравленный из пороков всего нашего поколения, в полном их развитии. Вы мне опять скажете, что человек не может быть так дурен, а я вам скажу, что ежели вы верили возможности существования всех трагических и романтических злодеев, отчего же вы не веруете в действительность Печорина?

우리 시대의 영웅은, 친애하는 신사숙녀 여러분, 정확히 말해서 초상이지만, 한 사람의 초상이 아니다. 그는 우리 세대 전체의 악덕을 가장 발전된 형태로 소유한 인물의 초상이다. 여러분은 사람이 그렇게 나쁠 수는 없다고 내게 말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여러분께 묻겠다. 여러분들은 온갖 종류의 비극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악인들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믿으면서, 어째서 페초린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는가?

 ----- 우리 시대의 영웅 -----



출판사서평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레르몬토프의 미완성 소설<리곱스카야 공작부인>과 그의 유일한 완성 소설 <우리시대의 영웅>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두 작품에서 작가는 냉소적이고 지적인 장교 페초린을 다양한 시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내면의 에너지를 분출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타인들의 삶을 파괴하는 악행만을 거듭하는 그를 통해 인간의 절망과 우수를 표현한 러시아 심리소설의 선구작이다.

 

옮긴이       
홍대화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논문 <레르몬토프의 소설들에 나타난 구성의 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도스토옙스키였지만, 대학교 3학년 때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을 읽고, 주인공 페초린에게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악령≫의 주인공 스타브로긴의 모습을 발견하고 레르몬토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90년 여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찾아간 레르몬토프 박물관의 낭만주의적 정취에 매료되어 레르몬토프를 전공할 결심을 했다. 1991년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때마침 1992년부터 레르몬토프에 대한 특강이 진행될 계획임을 보고, 결정적으로 그곳에서 레르몬토프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로 결심했다. 1995년 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 2003년도부터 ‘악마성’이라는 테마의 틀 속에서 푸시킨, 레르몬토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에 나타난 악마적인 주인공 형상들의 상호 관련성을 추적하는 일련의 논문들을 발표했다. 주요 업적으로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열린책들, 2000년, 번역)과 ≪도스토옙스키≫(살림출판사, 2005년, 도스토옙스키 입문서) 등이 있다.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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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ma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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