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스와 보롱(Wace, Boron)


웨이스(Robert Wace, 12세기)는 주로 노르망디(깡, 바이으)에 살면서 노르망디 공작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글을 썼던 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성모 마리아의 수태≫, ≪성녀 마르그리뜨의 생애≫, ≪니꼴라 성자의 생애≫ 등 성자전을 썼으나, 1155년에 ≪오뒷세이아≫, ≪아이네이스≫, ≪롤랑전≫ 등과 같은 에포포이아적 작품 ≪브루트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그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12세기 프랑스 문예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160년에, 노르망디 공작 가문의 시조인 롤롱(Rollon, 860∼933년경)으로부터 잉글랜드를 정복한 기욤(Guillaume le Conquérant, 윌리엄 Ⅰ세, 1027∼1087년)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루 이야기(
Roman de Rou)≫를 쓰기 시작하였으나, 1166년에 중단하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이 세력가들의 구미에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주의적이고 풍자적인 문체 때문이었을까?

한편 보롱(Robert de Boron, 12∼13세기)에 대해서는, 그의 이름으로 보아 그가 부르고뉴 지방 출신일 것이라는 사실 이외에, 알려진 것이 없다(부르고뉴에 샘을 뜻하는 보롱이라는 마을이 있다). 젊은 시절에 ≪성배 이야기(L'Estoire dou Graal)≫라는 운문(8음절) 작품을 썼으나, 1200년대 초에 완성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프랑스 최초의 산문 소설 ≪선지자 메를랭 혹은 성배 이야기≫로 유명하다. 삼부작으로, 아리마타이아의 요셉(Joseph d'Arimathie)과 메를랭 및 뻬르스발에 관한 이야기이다.



해설           

국내 최초 소개


∙ 이 책의 제1, 2, 5장은 보롱의 작품에서 취하였고, 나머지 제3, 4, 6, 7, 8, 9, 10, 11, 12장은 웨이스의 작품에서 취하여 번역하였습니다.

프랑스 중세 문예 작품들 중, 문예사 전문가들이 이른바 궁정문학(Littérature courtoise)이라는 범주로 분류하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작품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켈트인들의 전설, 즉 그들의 감성과 꿈(몽상)과 세계관 및 역사의 편린들을 간직하고 있다. 베룰(Beroul, 12세기)이나 토마스(Thomas, 12세기) 등 많은 문인들이 노래한 트리스탄과 이즈의 사랑 이야기를 비롯하여, 마리 드 프랑스(Marie de France, 12세기) 및 기타 이름 모를 문인들이 운문 단편소설(Lai) 형태로 노래한, 요정들 혹은 매나 늑대, 사슴 등으로 변신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사랑 이야기 등이 그 예이다. 또한 프랑스 근대소설의 초석을 놓았다고들 하는 크레띠앵(Chrétien de Troyes, 1135∼1183년경)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랑슬로(Lancelot), 뻬르스발(Perceval), 고뱅(Gauvain), 이뱅(Yvain), 이데르(Yder), 케(Key, Keu), 갈라아드(Galaad) 등 원탁의 기사들을 등장시켜 꾸민 이야기들, 즉 흔히 기사도 소설이라고 하는 작품들이 또 다른 예이다.

그런데, 사랑과 기사도 및 성배(聖杯, Graal)를 찾아 나서는 기사들에 관한 이야기로 꾸며진 그 모든 작품들의 배경 혹은 밑그림을 형성하고 있는 인물들은, 켈트인들의 전설적인 왕 아서(Arthur, Artus)와, 그의 탄생 및 원탁의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지자(마법사) 메를랭(Merlin)이다. 따라서 그러한 문학, ‘궁정문학’이라 하기보다는 ‘켈트문학’이라 칭하여야 할 그 문학의 근원이나 실체를 명료하게 포착하기 위하여서는, 메를랭과 아서 왕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읽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메를랭과 아서≫라는 제하에 이 편역집을 구상하게 된 것은 그러한 필요를 절감하였기 때문이다.

메를랭과 아서에 관한 이야기는, 크레띠앵이나 베룰, 토마스, 마리 드 프랑스 등의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고 또 프랑스 문학 강의실에서조차 가볍게 언급되곤 하는 웨이스(Robert Wace, 12세기)나 보롱(Robert de Boron, 12∼13세기)의 작품들 속에 자세히 펼쳐져 있다. 웨이스가 1155년에 완성했다는 ≪브루트 이야기(Roman de Brut)≫(브루트는 곧 브루투스, 즉 아이네아스의 증손자이며 브리타니아에 와서 그곳의 최초 왕이 되었다는 전설적인 인물을 가리킨다)는, 몬머스(Geoffrey Monmouth, 1100년경∼1154년)가 1138년경에 라틴어로 쓴 ≪브리타니아 왕들의 역사(Historia Regum Britanniae)≫를 프랑스어로 번안한 것이다. 또한 메를랭이나 아서 왕에 관하여 프랑스어로 쓴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 작품의 아서 왕 편은, 아서의 탄생 및 그의 치세, 특히 그의 정복 전쟁 및 로마 제국과의 갈등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연대기적 혹은 역사적 서술의 성격과 고대 에포포이아(속칭 서사시) 형태가 복합된 그 이야기에는, 카이사르 및 브리타니쿠스(즉 클라우디우스) 등의 로마 군단이나 프랑크족 군대에 쫓겨 프랑스 서부 해안지역(아르모르, 브르따뉴)으로 혹은 바다 건너 알비온(알바, 브리타니아의 켈트식 명칭)이나 아일랜드로 건너갔다가, 색슨족 및 앵글족 등 북방에서 남하하던 종족들과의 투쟁 과정에서 다시 노르망디나 브르따뉴 지역으로 되돌아오던(5∼6세기) 켈트인들의 고단한 심경도 스며 있다. 또한 켈트인들의 그 고적하고 구슬픈 심경의 반작용인 듯, 브레누스(Brennus)라는 켈트족 장군이 기원전 390년에 로마를 점령하였던 사실도 일종의 그리움처럼 회고되며, 로마 정벌 후 알라마니아(게르만) 지역도 평정하겠다는 보복적 결의도 보인다. 특히 웨이스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괄목할 만한 특징은, 축제 장면이나 출항 및 귀향 정경의 묘사인데, 그의 묘사에서는 사람들 간의 신분적 분별은 물론, 인간과 사물들 간의 분별마저 허물어버리는 시각이 발견된다. 즉, 그러한 특징 때문에, 프루스트가 ‘만물의 평등을 선언한’ 새로운 세계관이라고 극찬했던 플로베르의 묘사를 연상시키기도 하며,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프랑스 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웨이스가 크레띠앵보다 오히려 더 ‘근대적’인 작가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 메를랭에 관한 이야기는, 보롱이 1200년대 초에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 최초의 산문 소설 ≪선지자 메를랭 혹은 성배 이야기(Merlin le Prophète ou le Livre du Graal)≫에 상세하게 개진되어 있다. 특히 그 작품에는 메를랭의 탄생 이야기가 매우 기이한 어투로 기술되어 있는데, 예수의 탄생 설화에 던지는 그의 의혹 어린 시선은, 라블레(≪가르강뛰아≫, 1534년 작)나 몰리에르(≪암피트뤼온≫, 1668년 작)의 시각을 연상시킨다.

켈트 문학의 기점 혹은 축을 제시하려는 생각으로 ≪메를랭과 아서≫라는 이 편역집을 꾸밈에 있어, 이상의 두 작품에서 일화들을 취한 것은, 두 작품의 그러한 시각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이 편역집의 제1장(악마들의 비상 회의), 제2장(메를랭의 탄생), 제5장(아서 왕의 등극)은 보롱의 작품에서 취하였고, 나머지 일화들은 웨이스의 작품에서 취하였음을 밝혀둔다.

차례         

해설

지은이들에 대해 


메를랭과 아더

1. 악마들의 비상 회의 


2. 메를랭의 탄생 

3. 아서 왕의 탄생 

4. 우터 왕의 죽음 

5. 아서 왕의 등극 

6. 아서 왕과 색슨족 

7. 정복 전쟁 


8. 아서 왕의 전성기 풍정 

9. 아서 왕과 로마제국

10. 몽-생-미셸의 거인

11. 로마 정벌을 위하여

12. 반역

옮긴이에 대해



작품 중에서     

아더가 그 많은 왕국에서 불러 모아 손수 키운 아름다운 젊음이 그곳에서 꽃잎처럼 졌다. (...) 전하는 이야기 거짓 아니리니, 아더 역시 몸에 치명상을 입었고, 그가 좌우에 명하여 자신을 아발론 섬으로 데려가라 하였다. 그곳에 가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모든 브리튼 사람들은 그가 아직도 그곳에 있다고 말하며, 그렇게 믿고, 그를 기다린다.


Dunc peri la bele juvente que Arthur aveit grant nurrie et de plusurs terres cuillie (....) Arthur, si la geste ne ment, fud el cors nafrez mortelment; en Avalon se fit porter pur ses plaies mediciner. Encore i est, Bretun l'atendent sicum il dient et entendent.

옮긴이         

이형식은 1972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2년부터 1979년까지 빠리4대학과 빠리8대학에서 불문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르셀 프루스트−희열의 순간과 영원한 본질로의 회귀≫, ≪프루스트의 예술론≫, ≪작가와 신화≫, ≪감성과 문학≫, ≪정염의 맥박≫, ≪루시퍼의 항변≫,≪현대 문학 비평의 방법론≫(공저), ≪프루스트, 토마스 만, 조이스≫(공저), ≪프랑스 현대 소설 연구≫(공저), ≪그 먼 여름≫(장편소설) 등이 있고 역서로는 ≪외상 죽음≫(쎌린느), ≪밤 끝으로의 여행≫(쎌린느), ≪미덕의 불운≫(싸드), ≪사랑의 죄악≫(싸드), ≪철부지 시절≫(까바니), ≪미소 띤 부조리≫(사바띠에), ≪여우 이야기≫(이형식 편역), ≪트리스탄과 이즈≫(베디에), ≪중세 시인들의 객담≫(이형식 편역), ≪요정들의 사랑≫(이형식 편역), ≪농담≫(이형식 편역), ≪롤랑전≫, ≪웃는 남자≫(위고),  ≪꼴롬바≫(메리메), ≪프랑시옹≫(쏘렐) 등이 있다.



편집자 리뷰     

켈트인의 전설적인 왕 아서와 머린(Merlin)으로 더 잘 알려진 선지자(마법사) 메를랭의 탄생 비화 및 활약상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이 매우 흥미로운 점은 지금껏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아서왕와 메를랭의 탄생 비화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12세기 중세의 이야기를 통해 그때 사람들의 꿈과 환상을 쫓아가는 것도 재밌게 책을 읽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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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해설 중에서    

■ 국내 최초 소개

중세 프랑스 문예작품들 중 켈트문명의 잔영 내지 전설을 짙게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대개 세 부류로 나뉘어질 수 있을 듯하다. 아더 왕과 원탁의 기사들을 주축으로 하여 펼쳐지는 전쟁과 성배(聖杯, Saint Graal) 이야기가 그 하나로, 웨이스(12세기) 및 크레띠앵 드 트르와(12세기),보롱(12∼13세기) 등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이며, 그것들은 영화나 동화 형태로 개작되어 비교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부류의 작품들은, 남녀간의 사랑을 지고(至高)의 가치로 여기는 이들이 남긴 것들로, 베룰(12세기)이나 토마스(12세기)를 비롯하여, 12~13세기의 많은 문인들이 노래한 트리스탄의 전설 등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트리스탄의 전설 또한 숱한 문인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시각과 감성으로 개작을 거듭하였고, 특히 바그너의 가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덕분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두 부류의 작품들을 태동시켰음직한 감성과 꿈의 원형을 보여주는, 요정들의 사랑 이야기 및 변신과 마법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또 하나의 범주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부류의 작품들은 우리들에게 별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우선, 그러한 이야기들이 대부분 민담 형태로 구전되었고, 운문 단편소설(lai)의 형태를 갖춘 것들이 있기는 하나,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오늘날까지 전하는 몇 편 아니 되는 작품들을 지은 이들은, 프랑스 최초의 여류 문인이라고들 하는 마리 드 프랑스(Marie de France, 12세기) 이외에, 그 이름조차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 작품들이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프랑스 문예사가들의 등한함과 프랑스를 짓눌러온 종교적 전통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프랑스 문예사가들은 요정 이야기들을 한낱 실없는 옛날이야기 쯤으로 치부하여 왔다. 그 이야기들 속에 ‘이데올러기나 상상력이 결여되었으며’, 따라서 그저 ‘이야기하는 재미로’ 지은 가벼운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소박하되 세련된 언어로 씌어진 그 작품들을 관류하고 있는 인간의 원초적이고 짙푸른 욕망과 보편적인 몽상이, 한낱 심심풀이의 소산일 수 있을까? 특히, 대다수 작품에 선명하게 부각된 문명간의 혹은 종교간의 갈등 및 화해의 흔적들을, 실없는 이야기꾼의 수다로 단정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그 무사무욕하고 열정적인 요정들의 모습이, 19~20세기에 이르러서도 프랑수와즈(≪어린 요정≫, 조르쥬 쌍드)나 알빈느(≪무레 사제의 실절≫, 에밀 졸라)라는 착한 소녀들의 모습으로 부활하여, 야만스러운 교조 및 편견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아가, 질베르뜨나 오르안느를 각각 멜뤼진느와 호수의 귀부인(La Dame du Lac, 즉 비비안느)으로 몽상하는 프루스트의(≪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그 은유적 원천을, 중세의 요정 이야기 이외에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또한 ≪사랑에 빠진 마귀≫(까죠뜨, 18세기)나 ≪까르멘≫(메리메, 19세기)과 ≪옹딘느≫(지로두, 20세기), ≪씨도≫(꼴레뜨, 20세기) 등도 유사한 몽상의 소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중세의 요정 이야기들은, 장구한 세월 동안 프랑스인들은 짓눌러온 지배교조와, 그에 편승하여 경도된 학문적 조류에도 불구하고, 면면히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옛 켈트인들의 몽상과 맥박 그 자체이다.

이 편역집은, 마리 드 프랑스의 ≪운문 단편집≫(éd. H. Piazza, 1974)과, 작자 미상의 작품들을 모은 ≪12~13세기 운문 단편집≫(G-Flammarion, 1992)에서 선별한 작품들과, 쟝 다라스(14세기)의 ≪멜뤼진느≫(éd. Stock, 1979) 및 보롱의 ≪메를랭과 아더 왕≫(éd. R. Laffont, 1989), 랑글레의 ≪아더 왕 이야기≫(éd. H. Piazza, 1965) 등에서 발췌한 일화들로 재구성한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또한 요정들의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켈트 종교(드루이다교)의 특성 중 하나로 알려진 변신의 신화(혹은 마법)와 관련된 사랑 이야기도 포함시켰음을 밝혀 둔다.

차례              
 

해설

랑발

갱가모르

데지레

그랠랑

비비안느

멜뤼진느

요넥

기쥬메르

비스끌라브레

본문 중에서     
 
A toz jors m'avriez perdue,
Se ceste amor estoit seüe;
Jamês ne me porriez veoir,
Ne de mon cors saisine avoir.

이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순간,
그대는 저를 영영 잃게 될 거예요.
다시는 저의 몸을 즐기지 못하실 뿐만 아니라,
저의 모습조차 보실 수 없을 거예요.

역자 소개       

이형식은 1972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2년부터 1979년까지 빠리4대학과 빠리8대학에서 불문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르셀 프루스트−희열의 순간과 영원한 본질로의 회귀≫, ≪프루스트의 예술론≫, ≪작가와 신화≫, ≪감성과 문학≫, ≪정염의 맥박≫, ≪루시퍼의 항변≫,≪현대 문학 비평의 방법론≫(공저), ≪프루스트, 토마스 만, 조이스≫(공저), ≪프랑스 현대 소설 연구≫(공저), ≪그 먼 여름≫(장편소설) 등이 있고 역서로는 ≪외상 죽음≫(쎌린느), ≪밤 끝으로의 여행≫(쎌린느), ≪미덕의 불운≫(싸드), ≪사랑의 죄악≫(싸드), ≪철부지 시절≫(까바니), ≪미소 띤 부조리≫(사바띠에), ≪여우 이야기≫(이형식 편역), ≪트리스탄과 이즈≫(베디에), ≪중세 시인들의 객담≫(이형식 편역), ≪중세의 연가≫(이형식 편역), ≪농담≫(이형식 편역), ≪롤랑전≫, ≪웃는 남자≫(위고) 등이 있다.

편집자 리뷰    

≪요정들의 사랑≫은 프랑스에서 12~14세기에 쓰여진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집이다. 프랑스 최초의 여성 작가라고 하는 마리 드 프랑스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중세의 이야기답게 황당한 요소들이 없지 않지만 현실을 초월하여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당시 사람들의 꿈과 소망을 엿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한다. 이 책의 특징은 옮긴이가 우리말의 호흡을 살려 번역했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이야기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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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colleges.ac-rouen.fr

죠제프 베디에  Joseph Bédier(프랑스,1864∼1938)
 
프랑스 중세문학 연구가로 유명하며, ≪트리스탄≫ 이외에 ≪롤랑전≫ 및 패설들(Fabliaux)을 수집. 편집하여 현대 프랑스어로 번역하였다. 특히 1900년에 발표한 ≪트리스탄과 이즈(Le Roman de Tristan et Iseut)≫는, 마리 드 프랑스(12세기), 아일하르트(12세기), 토마스(12세기), 베룰(12세기), 고트프리트(13세기) 등의 편린만 남은 작품들에 기초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당시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던 트리스탄과 이즈의 전설을 널리 알린 작품이다. 물론 바그너(R.Wagner)가 앞서(1854∼1859)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가극을 발표하였으나, 그의 작품은 중세 문인들의 정서나 켈트 전설과 너무나 동떨어져, 베디에의 작품에 비할 바 못된다.


머리말 중에서    

트리스탄과 이즈의 사랑 이야기는, 곡진하고 자상한 심정이 엮어낸 한 편의 긴 노래이다. 간절하되 고요하며, 뜨겁되 악착스럽지 않은 노래이다. 더구나 그러한 노래가, 기사도 소설이나 무훈전, 풍자소설, 풍자극, 성자전 등이 거센 주류를 이루던 12세기 중엽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으니, 그 노래의 출현은 프랑스 문학 내지 유럽 문학 속에 일어난 하나의 기적이다. 그 작품이 출현한 시대에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그것과 유사하거나, 그것에 견줄 만한 사랑 이야기가 없으니, 또한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다프니스와 클로에≫(롱구스), ≪에티오피아 찬가≫(헬리오도로스), ≪로미오와 쥴리엣≫(셰익스피어), ≪끌레브 대공 부인≫(라화이예뜨 부인), 혹은 ≪적과 흑≫(스땅달), ≪보바리 부인≫(플로베르), ≪채털리 부인의 사랑≫(로렌스) 등을 뇌리에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 중 어느 것도 트리스탄과 이즈의 사랑 이야기와 나란히 놓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영악스러운 인문학적 시선이 너무 강하게 번득이거나, 주제가 편중 내지 경도되었거나, 혹은 이념적 아귀다툼에 너무 짙게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작품들 속에서는 다정함이나 섬세함 혹은 심정 상의 고매함 등을 느낄 수가 없다. 물론 트리스탄의 이야기에서는 숙명적이고 맹목적인 정염 그 자체를 노래하고 있는 반면, 위에 열거해본 작품들 중 일부는, 정염으로 인해 야기되는 제현상을 이념적 주장의 자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주제를, 어떠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노래했다 하여도, 모든 작품에는 작가 고유의 기질 혹은 성정이 감돌기 마련이며, 그것만이 진정한 독특성의 징후이다. 영악스러운 기지가 셰익스피어의 지배적인 특성이라면, 음흉함과 게걸스러움은 각각 스땅달과 플로베르의 특성 아니겠는가?

“아름다운 여인이여, 우리의 운명 역시 그러하니, 나 없이 그대 없고, 그대 없이 나 또한 없도다!”, “이즈 나의 연인, 이즈 나의 사랑, 그대 속에 나의 죽음 있고, 그대 속에 나의 삶 있나니!” 이상 두 구절이 집약하고 있는 트리스탄과 이즈의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전설에는, 각박한 나무람이나 영악스러운 풍자가 없다. 오직 다정함과 섬세함, 자애로움, 슬픔, 그리움 등이 이야기의 전편에 끊임없이 감돌며, 슬픔과 아쉬움의 절정에서 표출되는 죽음 저 너머로 향한 몽상이 펼쳐질 뿐이다. 또한 그러한 심정상의 고매함이 두 주인공이나 특정 인물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피해자인 마크 왕, 트리스탄의 어머니 블랑슈플뢰르, 이즈의 시녀 브랑지앵, 트리스탄의 양부 로할트, 그의 사부 고르브날, 리당의 영주 디나, 트리스탄이 마지막으로 몸을 의탁했던 까르헤의 성주 호엘, 그의 아들이며 트리스탄의 벗이 된 카헤르딘, 이즈로부터 브랑지앵을 죽이라는 밀명을 받았던 이름 없는 농노 등, 그 모든 사람들을 감싸고 있는 것은 다정함과 섬세함과 한결같은 신의이다. 심지어, 코온월에 조공을 받으러 왔던 그 사나운 모르홀트가 트리스탄과의 결투 끝에 죽어, 아일랜드의 기사들이 그 시신을 사슴 가죽에 싸서 고국으로 모셔 가는데, 시신이 아일랜드에 도착하는 정경을 그리는 어조까지도 무척이나 다감하다. “옛날, 와이즈포트 항에 개선할 때마다, 모르홀트는 자기를 환대하는 부하들과, 누님이신 왕비, 그리고 동녘에 떠오르는 아침 햇살처럼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황금 머리카락을 휘날리던 질녀 이즈 등을 대하며 기뻐하였노라. 모두들 그를 따뜻하게 환영하였고, 혹시 상처를 입은 경우에는 왕비와 그의 질녀가 상처를 치료해주었도다. 그러나 아무리 신통한 약이라 한들 이제 무슨 소용이랴!”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이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부딪치면 파열할 수밖에 없는 법, 블랑슈플뢰르와 트리스탄 그리고 이즈의 운명이 그러하며, 그 운명이 또한 작품의 중추적 주제이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자 블랑슈플뢰르는 문득 마비된 사람처럼 변한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명이나 탄식 한 마디 새어나오지 않는다. “수족은 기운을 잃어 텅 빈 것 같은데, 영혼은 그녀의 육신을 빠져나가고픈 열망에 사로잡히도다.” 또한 기다리던 이즈가 오지 않는다고 믿게 된 트리스탄은 이즈의 이름만을 세 번 외친 후 아무 말 없이 숨을 거둔다. 뒤늦게 도착한 이즈 역시, 그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기절하더니 영영 깨어나지 못한다.

내연기관의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그들의 정염이, 외부로부터의 제약을 그만큼 힘들게 감내해야 하는 것도 따라서 하나의 필연이다. 중세 문인들의 말처럼, 그들의 사랑은 ‘가시덤불 위를 감도는 향기’, ‘쓰디쓴 잔’, ‘죽음’, ‘돌아올 수 없는 길’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무질서 혹은 취기이며, 때로는 대혼돈이기도 하다. 인습도, 교조도, 심지어 죽음도 그 정염의 팽창을 막지 못한다.

트리스탄과 이즈의 전설은 그러한 정염과 인습 간의 투쟁에서, 정염이 승리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승리는 죽음을 수반하며, 오직 죽음에 의해서만 확인된다. 또한 인습 혹은 세속과의 불가피한 갈등관계에 처하여 고통을 감내해야 하니, 두 연인의 몽상은 필연적으로 미지의 세계를 지향한다. 투명한 공기로 쌓은 성벽이, 백화만발한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데, 그 속에서는 씩씩한 영웅이, 아름다운 연인의 품에 안겨 영원히 늙지 않고 살며, 어떠한 적도 그 성벽을 깨뜨리지 못하는 곳, 두 연인이 꿈꾸는 그 이상향은 곧 죽음의 나라, 혹은 아더 왕이 잠들어 있다는 아발론 섬 같은 피안이다. 트리스탄의 전설이 삶과 죽음보다도 강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것은 동시에 죽음의 노래이다. 또한 그 죽음은,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심정에서 연원한 숙명적 사랑의 불가피한 귀결점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이야기의 최초 발상지가 어디인지, 또 그것을 처음 노래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이야기에 아더 왕이 등장하고, 또 그와 마크 왕이 우호적인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 점을 볼 때, 남부 스코틀랜드의 여러 켈트 부족을 규합하여, 앵글로색슨 족에게 저항하였다는 아더 왕의 치세기(대략 5∼6세기) 이야기로 추측될 뿐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설화 중 하나인 디아르무이트(Diarmuid 혹은 Dermot)와 그레인느(Grainne 혹은 Grania)의 사랑 이야기에, 마크 왕의 결혼 및 트리스탄과 이즈의 탈출, 그리고 그들을 용서하는 마크 왕의 일화 등이, 마치 같은 판에 찍어낸 듯 유사한 형태로 나타남을 볼 때, 트리스탄의 전설이 켈트인들의 감성과 꿈의 소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아더 왕이나 아일랜드의 전설 모두 그 시기를 알 수 없으려니와, 켈트족 및 켈트 문명 자체가 기이하게도 때 이르게 전설 속으로 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켈트족의 역사와 문화 및 종교가 문득 전설 속으로 사라진 연유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프랑스 대혁명 혹은 프랑스 제1제정 이전까지, 즉 절대적인 왕권과 결탁한 예수교가 막강한 세력을 누리고 있던 동안에는, 켈트족이나 그들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일종의 금기였던 것 같다. 중세 이후 19세기 초반까지, ‘켈트’ 라는 어휘를 사용한 문인들을 발견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불가사의이다. 쫓고 쫓기는 정복 전쟁의 와중에 휩쓸려 스스로 잠적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교도들’에 대한 악착스러운 박해 때문이었을까? 여하튼 그렇게 잠적한 문화권의 전설이건만, 12세기에 이르러 트리스탄과 이즈의 사랑이 문인들의 작품에 은유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쎄르까몽(Cercamon, 12세기 전반), 방따두르(Bernard de Ventadour, 12세기 중반), 꾸씨(Châtelain de Coucy, 12세기 후반)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그들은 노래에서 트리스탄과 이즈의 한결같은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설이 최초로 소설의 형태를 얻은 것은 마리 드 프랑스(Marie de France, 12세기 후반)의 ≪인동덩굴≫을 통해서이다. 그러나 그 작품은 110여 수에 불과한 단편이고, 거의 같은 시기(1165∼1180년 사이)에 아일하르트(Eilhart d'Oberg), 토마스(Thomas d'Angleterre 혹은 de Bretagne), 베룰(Béroul) 등이 ≪트리스트란트(Tristrant)≫ 및 ≪트리스탄과 이즈(Tristan et Yseut)≫라는 제하에 장편 운문소설(속칭 서사시)을 내놓게 된다. 또한 12세기 말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트리스탄의 광대짓(Folie Tristan)≫이 전하는데 작자는 미상이다. 그리고 13세기 초에 쓰여진 고트프리트(Gottfried de Strasbourg)의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et Isolde)≫ 등이 가장 중요한 작품들이다. 그 이후 20세기 초까지, 발라드나 가극 혹은 소설의 형태로 개작된 많은 작품들은, 모두 위에 인용한 작품들에 입각해서 쓰여진 것들이다. 그러나 위의 작품들 중 온전한 형태로 전하는 것은 없다. 모두 편린만 남았고, 특히 13세기 말 이후 18세기 말까지 근 5세기 동안, 트리스탄의 전설이 프랑스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였는데, 그러한 현상은 그 시기의 정치적, 종교적, 기타 사회적 요인 및 그것에서 파생된 학문적 혹은 예술적 유행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트리스탄과 이즈라는 두 연인의 사랑을 노래한 중세 문인들의 그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성정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도외시되거나 망각된 원인을 이제 와서 따지고 밝힌들 무엇 하겠는가! 또한 그것이 가능한 일이겠는가! 다만 ≪부생육기≫만큼이나 착하고 정성스러우며 아름다운 옛 이야기를, 마침내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된 이제, 토마스가 자신의 작품에 붙였던 발문 한 구절로 소회의 피력을 대신할 뿐이다. “나 토마스는 이제 나의 이야기를 마치노라. 아울러 모든 연인들과, 사랑의 몽상에 젖어있는 이들, 연모하는 이들, 사랑하고픈 열망에 사로잡힌 이들, 음탕한 이들, 심지어 패륜아들에게도 나의 정중한 인사를 보내노라… 나는 많은 전설들과 시인들의 노래를 애써 모아 이 이야기를 지었노라. 그것은, 하나의 전형을 제공하고,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빛나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니, 이 이야기가 모든 연인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또한 이 이야기를 읽으며 가끔 그들 스스로의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기를 바라노라. 부디 모든 연인들께서는, 지극치 못한 절개, 연인의 과오, 온갖 번민과 고통 등, 그 모든 사랑의 덫에 걸려들었을 때에라도, 이 이야기에서 위안을 얻기를 바라노라.”

차례               
 

해설 

1. 트리스탄의 어린 시절 

2. 아일랜드의 모르홀트

3. 금발의 미인을 찾아서

4. 사랑의 미약

5. 브랑지앵의 죄

6. 커다란 소나무

7. 난쟁이 후로쌩

8. 트리스탄의 탈출

9. 모르와 숲

10. 은자 오그랭

11. 위험한 도섭장

12. 신명 심판

13. 나이팅게일의 노래 

14. 경이로운 방울

15. 흰 손의 이즈

16. 카헤르딘

17. 리당의 영주 디나

18. 미치광이 트리스탄

19. 죽음

주요 작품 연보 


본문 중에서    
 
"임이여, 우리들 또한 저러하니, 나 없이 그대 없고, 그대 없이 나 또한 없도다."
Ainsi va de nous,ami; ni vous sans moi, ni moi sans vous.

역자 소개       

이형식은 1972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2년부터 1979년까지 빠리4대학과 빠리8대학에서 불문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르셀 프루스트−희열의 순간과 영원한 본질로의 회귀≫, ≪프루스트의 예술론≫, ≪작가와 신화≫, ≪감성과 문학≫, ≪정염의 맥박≫, ≪루시퍼의 항변≫,≪현대 문학 비평의 방법론≫(공저), ≪프루스트, 토마스 만, 조이스≫(공저), ≪프랑스 현대 소설 연구≫(공저), ≪그 먼 여름≫(장편소설) 등이 있고 역서로는 ≪외상 죽음≫(쎌린느), ≪밤 끝으로의 여행≫(쎌린느), ≪미덕의 불운≫(싸드), ≪사랑의 죄악≫(싸드), ≪철부지 시절≫(까바니), ≪미소 띤 부조리≫(사바띠에), ≪여우 이야기≫(이형식 편역), ≪트리스탄과 이즈≫(베디에), ≪중세 시인들의 객담≫(이형식 편역), ≪중세의 연가≫(이형식 편역), ≪농담≫(이형식 편역), ≪롤랑전≫, ≪웃는 남자≫(위고) 등이 있다.

편집자 리뷰      

트리스탄 이야기는 바그너가 오페라로 만든 ≪트리스탄과 이졸데≫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트리스탄과 이즈≫는 20세기 프랑스의 언어학자이자 문학 연구가인 죠제프 베디에가 여러 군데에 있는 트리스탄 전설을 수집하여 재구성한 작품으로, 끝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트리스탄과 이즈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요정들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옮긴이의 훌륭한 번역은 이 책의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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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유   陸游 (중국, 1125~1209)
 

육유는 남송대(南宋代)의 시인으로, 자(字)는 무관(務觀)이고 호(號)는 방옹(放翁)이며, 월주(越州) 산음현(山陰縣,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소흥시(紹興市)) 사람이다.

북송(北宋)과 남송(南宋)의 교체기에 태어났으며, 남송 조정이 중원(中原) 지역을 금(金)에 내어주고 굴욕적인 화친책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해 가던 시기에 일생토록 금에 대한 항전과 실지(失地)의 회복을 주장하며 살았던 시인이다. 그의 불굴의 기상과 강인한 투쟁의식은 그의 수많은 우국시를 통해 끊임없이 표출되었으며, 그 헌신성과 진정성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우국시인(憂國詩人)으로 추앙받고 있다. 아울러 전후로 도합 일만 수에 달하는 시를 남기고 있어 중국 최다작가(最多作家)로서의 명성 또한 지니고 있다.


머리말 중에서      
 

육유가 생존했던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북송 정권이 멸망하고, 임안에 도읍을 정한 남송 정권이 금(金)과 대치하며 불안정한 평안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시기였다. 또한 문학적으로는 북송 중기 황정견(黃庭堅)을 중심으로 형성된 강서시파의 시풍이 여전히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며 당시 시단의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던 시기였다. 육유는 이러한 격변의 시대 상황 속에서, 강서시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개성적이며 호방하고 격정적인 필치로서, 중원의 회복과 오랑캐 섬멸을 주장하는 비분강개한 심정을 토해내었다. 이런 까닭에 그의 시는 역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우국시(憂國詩)의 전형으로서 받들어져왔으며, 그 불굴의 열정과 선명한 투쟁의식으로 인해 중국 최고의 애국 시인으로 추앙받아 왔다.

그의 시는 풍격상 크게 세 개의 시기로 나누어지는데, 이를 다시 세분하면 중기를 전후반으로 나눈 네 개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는 강서시파의 영향을 받아 주로 형식기교 방면에 많은 힘을 기울였던 시기이며, 중기 중 전반 재촉시기(在蜀時期)는 남정(南鄭)에서의 종군경험을 바탕으로 격정과 호방함을 노래한 우국시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시기이다. 중기 후반 재산음시기(在山陰時期)는 기본적인 정서나 경향에 있어서는 이전 재촉시기 때와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이상에 대한 좌절감으로 인한 울분과 비탄의 정서가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시기이다. 만기는 고향에 한거하며 주로 평이하고 질박한 필치로써 전원의 일상적인 생활을 노래한 시기로서, 작품의 양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기별 분기 구분에도 불구하고 육유시에는 주제나 형식에 있어 전시기를 아우르는 공통의 경향이나 원칙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우국(憂國)의 의식’과 ‘형식기교(形式技巧)의 추구’이다. (중략)


(중략)이 책에서는 육유의 ≪검남시고≫에 실려 있는 9,000여 수의 작품 중 50수의 작품을 선별하여 수록하였다. 전체 작품 수에 비교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에 불과하지만 앞서 언급한 육유시의 특징들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들로 선별하여 시기별 안배를 하였으며, 시체(詩體) 또한 고체시와 근체시를 망라하여 5언과 7언 및 잡언체와 가행체 시까지 모두 포괄하였으니, 아쉬운 대로 육유시의 전체적인 모습을 엿보고 감상하기에 크게 부족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책에서는 1, 2부로 나누어 제1부에서는 초기와 중기의 시로 총35수를, 제2부에서는 만기의 시로 총15수를 수록하였는데, 독자들이 각각의 시기를 구분하여 읽어보고 비교해 봄으로써 직접 그 차이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초기 또한 따로 구분하여 독립시켜야 마땅하지만 이 책에서는 선록된 초기의 작품이 3수에 불과하고 그나마 내용상 중기시들과의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어 여기에서는 하나로 통합하였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시기 순에 따라 배열하였으며 비슷한 시기로서 명확한 구분이 어려울 경우 ≪검남시고≫에 수록되어 있는 순서를 따랐다. 아울러 전문학술서를 지향하지는 않은 까닭에 주석은 작품 이해에 필요한 최소한의 분량만을 부기하였으며, 그 내용 또한 가능한 한 학문적인 설명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해설에서는 매 작품마다 작품의 창작 시기와 당시 시인의 나이 및 창작의 배경이 되는 당시의 정황과 육유의 관련 사적을 간단히 소개함으로써 개인과 시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작품을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아울러 먼저 작품 전체의 주제를 밝히고 이어 구별 세부작품분석을 통해 각 구의 정확한 의미와 시상의 전개방식 및 표현방식 상의 특징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생략)

본문 중에서       

많은 근심에는 역시 응당 많은 술이 있어야 하나니

내 은하수 흐르는 물을 모두 술로 담가

일만 곡(斛)의 유리 배에 부어

다섯 성 열두 누각에서 성대한 잔치를 베푼다네.

......

갖옷 걸치고 술 마주하니 응대할 객을 찾기 어려워

길게 북극성에 읍(揖)하며 서로 술을 권하네.

한 번 마셨다 하면 오백 년이요,

한 번 취했다 하면 삼천 년일세.


許愁亦當有許酒,

吾酒釀盡銀河流.

酌之萬斛玻瓈舟,

酣宴五城十二樓.

......

披裘對酒難爲客,

長揖北辰相獻酬.

一飮五百年,

一醉三千秋.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 1 부

밤에 兵書를 읽으며 夜讀兵書

산 서쪽 마을에서 노닐며 遊山西村

서리 바람 霜風

풍교(楓橋)에서 유숙하며 宿楓橋

저녁에 유숙하며 晩泊

꿈을 기록하다 記夢

남정(南鄭)으로 가며 山南行

돌아와 한중(漢中) 땅에서 유숙하며 歸次漢中境上

검문관(劍門關)을 지나는 도중에 가랑비를 맞다 劍門道中遇微雨

3월 17일 밤에 술에 취하여 쓰다 三月十七日夜醉中作

8월 22일 가주(嘉州)에서 크게 열병하며 八月二十二日嘉州大閱

9월 16일 밤, 꿈에 황하 밖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사신을 보내어 여러 성의 항복을 받고는 깨어나 쓰다
九月十六日夜夢駐軍河外, 遣使招降諸城, 覺而有作.

보검의 울음 寶劍吟

대산관도(大散關圖)를 보고 느낀 바 있어 觀大散關圖有感

황금으로 주조한 칼의 노래 金錯刀行

오랑캐 없어지도다 胡無人

저녁에 호숫가를 거닐며 晩步湖上

가을 소리 秋聲

장안성의 지도를 보고 觀長安城圖

장가행(長歌行) 長歌行

강 위에서 술을 대하고 쓰다 江上對酒作

비 雨

취중에 지은 초서권(草書卷)을 제(題)한 후에 題醉中所作草書卷後

병석에서 일어나 심사를 적다 病起書懷(二首其一)

검객(劍客)의 노래 劍客行

만리교(萬里橋) 강 위에서 활쏘기를 연습하다 萬里橋江上習射

강가 누대에서 江樓

강가 누대에서 피리 불고 술 마시다 크게 취한 중에 쓰다 江樓吹笛飮酒大醉中作

영석(靈石)의 세 봉우리를 지나며 過靈石三峯(二首其一)

앞에 항아리 술을 두고 *前有樽酒行(二首其二)

5월 11일 한밤중에 꿈에 친정(親征)하는 황제의 어가를 따라 한당(漢唐)의 옛 땅을 모두 회복하고 성읍(城邑) 사람과 문물들의 번화함을 보았는데, 이르기를 양주(涼州)라 하였다. 너무 기뻐 즉시 장구를 지었으나 미처 다 쓰지 못하고 깨어, 이에 이를 완성하다 五月十一日夜且半, 夢從大駕親征, 盡復漢唐故地, 見城邑人物繁麗, 云西涼府也. 喜甚, 馬上作長句, 未終篇而覺, 乃足成之

포구에서 漁浦

삼강(三江)의 배 안에서 크게 취하여 쓰다 三江舟中大醉作

울분을 쓰다 書憤

임안(臨安)에 봄비가 막 개어 臨安春雨初霽


제 2 부

취하여 부르는 노래 醉歌

11월 4일, 비바람이 크게 불던 날 十一月四日風雨大作(二首其二)

겨울 밤 책을 읽다가 느낀 바가 있어 冬夜讀書有感(二首其二)

3월 25일 밤, 아침이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다 三月二十五夜, 達旦不能寐(二首其一)

산 위의 사슴 山頭鹿

나라를 걱정하며 憂國

새로운 봄 新春

농산(隴山)의 물 隴頭水

뜻을 써내다 書志

옛날을 생각하며 憶昔

심씨(沈氏)의 정원 沈園(二首)

새로 우는 닭을 사다 新買啼雞

쇠하여 병들어 衰疾

거문고와 칼 琴劍

아들들에게 示兒


옮긴이에 대해


출판사 서평     
 

중원을 금(金)에 빼앗긴 송(宋)나라에 태어나 일생 동안 실지 회복과 결사항전을 주장하며 호방하고 격정적인 필치로 불굴의 기상과 강인한 투쟁정신, 그리고 비분강개의 심정을 토해낸 중국 최고의 우국시인(憂國詩人) 육유. 지금이라면 ‘육 핏대’로 불렸으리라. ‘60년 사이 1만 수를 썼구나’ 했을 만큼 중국 최다작 시인이기도 한 그의 작품 중에서 50편을 엄선했다.


역자 소개       

주기평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 박사를 마쳤으며, ≪육유시가연구(陸游詩歌硏究)≫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대·이화여대·가톨릭대·안양대·서원대·방송통신대 등에서 중국어와 한문 및 중국역대시가와 중국역대산문 등을 강의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으로 있으며 ≪심양일기≫, ≪소현동궁일기≫, ≪소현분조일기≫ 등 조선시대 왕세자일기를 공동번역하고 있다.

주요논문으로 <육유사(陸游詞)의 주제 및 창작관에 대한 고찰>, <서술구조를 통한 이릉시(李陵詩)와 소무시(蘇武詩)의 창작시기 고찰>, <중국 도망시(悼亡詩)의 서술방식과 상징체계>, <남송 강호시파(江湖詩派)의 ‘시파(詩派)’적 성격 고찰>, <한국에서의 한시교육(漢詩敎育)의 현황과 개선방안> 등이 있다.

편집자 일러두기

1. 이 책에는 육유의 ≪검남시고≫에 실려 있는 9,000여 수의 작품 중 50수의 작품을 선별하여 수록했습니다.

2. 각 시의 구성은 한글 번역시, 원시, 해설로 되어 있습니다. 해설과 주석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가 덧붙인 것입니다.
3.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시기 순에 따라 배열하였으며 비슷한 시기로서 명확한 구분이 어려울 경우 ≪검남시고≫에 수록되어 있는 순서를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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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평점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출판사가 주관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작품의 가치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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